[무플방지]"날벼락 맞은 코로나19 확진자의 눈물 나는 동선"

  • 등록 2020-05-17 오전 12:05:02

    수정 2020-05-17 오전 12:16: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날벼락 맞은 코로나19 확진자의 눈물 나는 동선”

아이디 르로***를 사용하는 누리꾼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제목으로 경기 용인시 70번 확진자의 동선을 공유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건축 디자인업체에 다니는 용인 70번 확진자 A(26)씨는 직장 동료가 지난 9일 집단감염이 시작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10일 기흥구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평소 기저질환으로 갑상선항진증이 있던 A씨는 발열을 비롯해 오한, 호흡곤란 등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 동료와의 접촉이 직접적인 원인인지 추가 역학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태원 클럽발 2차 감염으로 의심되고 있다.

A씨는 평소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를 착용했고, 동선이 공개된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집과 회사만 오갔다. 그의 퇴근은 토요일인 9일을 제외하곤 매일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휴일인 어린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다수 누리꾼은 “성실히 사는 사람 같은데 이태원 클럽 놀러 간 동료 때문에 이게 웬 날벼락이냐”, “혼자 ‘사회적 거리두기’ 잘 지키면 뭐하냐”, “퇴근 시간… 안타깝다. 쾌차하길 바란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10일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주민을 비난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 보는 사람 따로 있어”

지난 16일 오전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진자는 총 162명이다.

경기도 부천시에선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의 50대 어머니가 감염됐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클럽발 확진자의 어머니나 할머니, 1세 조카 등 2차 감염이 이어지자 “일탈하는 사람과 피해 보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그런가하면 이태원에 방문한 아들에 대한 코로나19를 검사해달라고 신고한 어머니도 있었다.

박남춘 인천시장에 따르면 시내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는데,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무증상이었음에도 환자의 어머니가 병원에 전화해 ‘내가 알기엔 아들이 이태원을 갔는데 한 번 조사해달라’고 요구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박 시장은 “이 신고 덕분에 병원 내 집단감염도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확진자의 거짓말…“최악의 사태”

3차 감염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서울 도봉구 노래방과 홍대 주점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거짓말로 접촉자 파악을 더디게 만든 인천 미추홀구의 학원 강사 B씨를 두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태원 클럽 방문 뒤 확진 판정을 받은 B씨는 자신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숨겼다. 이후 그가 강의한 학원에서 고등학교 3학년 A군과 학부모 등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학원 강사가 과외 수업을 한 중학생의 또 다른 과외교사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3차 감염 사례가 됐다.

이에 B씨가 직업을 제대로 말했다면 추가 확진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인천에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가운데 지난 13일 미추홀구 운동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원 강사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인파가 몰리는 클럽을 다녀와 학생들을 접촉한 데다 거짓말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자, 맘카페 회원을 포함한 누리꾼의 뭇매 대상이 됐다.

결국 인천시는 직업뿐 아니라 동선까지 속인 B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봉훈 인천시 소통협력관은 페이스북에서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지역 확산이 인천에서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며 “본인(B씨)이 확진 받고 사실대로만 직업과 동선을 밝혔다면, 중·고등학생의 감염은 피하거나 초기 대응이 가능했을 거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한 지역사회 노출로 또 다른 감염이 이뤄진다면 이것은 범죄”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2차·3차 이상의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이른바 ‘N차 감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6일 오후 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감염과 관련해 1명이 4차 전파로 확인됐다”며 “2차 전파에 이어 특정 노래방에서 3차 전파, 이후 노래방 방문자 중에서 또 다른 지인(서울구치소 교도관)으로 4차 전파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 클럽 감염에서 보듯이 방심은 절대 금물”이라면서도 “동시에 철저한 생활방역을 실천하면 전파를 막거나 2차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며 “주말에도 집합금지명령과 방역수칙을 지키고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에 주의하면서 차분하고 침착하게 달라진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이후 휴양 시설이나 관광지에 사람이 몰리고 전국에서 예배는 물론 각종 모임이 재개되면 걷잡을 수 없이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용산구 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메이드’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아울러 이태원 클럽을 가지 않았다는 확진자들이 나오고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것도 무차별 확산 가능성을 키우는 이유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번 주말을 앞두고 “코로나19는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라며 “내가 감염될 경우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큰 피해를 주며 시간이 지나 2차, 3차 감염으로 확산할 경우 공동체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책임 있는 국민으로서 바로 검사에 응해주실 것을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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