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보수단체와 진보단체의 대규모 집회 대결은 정치가 부추긴 사회 혼란이 본격화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극히 우려스럽다. 보수단체 집회는 주사파 척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 문재인 전 대통령 처벌을, 촛불승리전환행동을 비롯한 진보단체의 집회는 야당 탄압 중단, 윤석열 대통령 퇴진, 김건희 특검을 촉구했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유사한 집회 대결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집회 대결의 큰 원인이 여야 극한 대치에 있음은 양측 슬로건에서도 확인된다. 국정 논의는 팽개친 채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비생산적 정쟁에만 매달린 여야 정당을 사실상 배후로 한 길거리 대리전이었다. 심지어 야당 강경파 의원 등 몇몇 정치인은 집회에 참석했고, 여야 양측이 집회 대결을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가 국민통합 기능을 하기는커녕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고 한술 더 떠 당파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정쟁과 집회의 핵심 고리는 물론 전 정권 비리 의혹에 대한 현 정권의 수사다. 초점은 이재명 대표와 연관이 있는 대장동 비리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에 맞춰져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조작 의혹도 또 하나의 초점이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해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지난 주말 위기에 몰렸다.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고 또 다른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 만료로 풀려난 후 작심하고 이 대표 연루 의혹을 시사하며 ‘죗값’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구속되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모든 것이 ‘조작’이라며 결사 방어에 나섰던 민주당과 이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법적으로 책임질 것은 책임지면서 국회에서 다수 야당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여당도 수사는 수사 당국에 맡기고 국정과 민생 챙기기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금융 시장이 얼어붙고 경제 위기의 공포가 엄습한 상황에서도 벼랑 끝 대치로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는 구태 정치를 국민은 더 원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