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업교육을 강조하며 한국폴리텍대학(폴리텍)에 대한 재정투입 강화를 약속했지만 내년 정부의 폴리텍 예산은 오히려 감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폴리텍은 기후위기 대응 인력 양성 계획을 1년 만에 접고 외국인 근로자 교육을 신설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노동현장’을 주제로 진행됐다.(사진=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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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정부는 내년 폴리텍 예산을 올해(4100억원)보다 0.4% 줄인 4071억원으로 편성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노동분야 민생토론회에서 “폴리텍에 정부가 더 적극적 의지로 재정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며 재정투입 강화를 약속했지만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올해 예산이 지난해(3606억원)보다 13.7% 늘어난 것과 비교해도 크게 뒷걸음쳤다. 폴리텍 측은 “필요한 만큼 예산을 받았다”고 했다.
줄어든 예산 속에 폴리텍은 기후위기 대응 인력 양성 계획을 1년 만에 접었다. 폴리텍은 지난해 9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직업훈련 초점을 ‘디지털·저탄소’에 맞추고 신기술 인력 양성에 속도를 낸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었다. 150억원을 투입해 저탄소 분야 학과를 5개 신설했다. 하지만 내년엔 저탄소 분야 신설 예산을 순감해 0원으로 편성하고 훈련 인원을 더 이상 늘리지 않기로 했다.
폴리텍은 모든 산업 분야에 저탄소가 반영되는 만큼 각 학과에서 저탄소 관련 내용을 교육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통화에서 “모든 분야에서 탄소중립정책이 구현돼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1년 만에 관련 예산을 순감하는 것은 교육 정책의 일관성과 체계성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폴리텍은 내년 외국인 교육을 신설한다. 영세사업장의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무교육에 나선다. 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한국어 훈련을 내년 하반기 시범 운영한다. 일상적인 소통이 아닌 실무 한국어 교육 커리큘럼을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폴리텍 내에선 “기술 훈련이 아닌 언어 교육에 왜 예산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편 폴리텍은 206억원을 들여 전통산업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 학과를 개편하기로 했다. 올해는 154억원을 들여 기존 학과를 첨단 산업 분야로 바꾸는 미래혁신 성장동력 학과개편을 추진했지만 내년엔 이 분야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전통산업 분야 인력양성이 위축되지 않도록 한다는 게 폴리텍 설명이다. 학과신설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내년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 학과 신설 예산은 195억원으로 올해(500억원)보다 61% 감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