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틀리는 주 요인으로는 △유권자 샘플링(편향성) 문제 △응답률 저조 △질문 설계의 오류 등이 꼽힌다. 이번 미 대선에서는 ‘샤이(shy·부끄러워 하는)’ 유권자로 표현되는 숨어 있는 지지층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는 부분이 크다는 지적이다.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선에서도 ‘샤이 트럼프’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여론조사가 형편없이 틀렸다는 분석이 많았다.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이번 미 대선에서는 샤이 트럼프는 물론 ‘샤이 해리스’를 여론조사 통계에 포함하려는 노력이 수반됐다. 결과는 둘 다 실패했다. 샤이 트럼프는 과소 평가됐고, 샤이 해리스는 과대 평가됐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50대 50의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으나, 투표가 끝난 바로 다음날 새벽에 트럼프 당선인은 조기에 승리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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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여론조사의 오류는 이를 믿은 민주당 선거 캠프의 전략이나 해리스 지지자들의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식의 오류는 틀린 전망을 도출하고,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나오는 경제 전망 보고서나 트럼프 당선 이후 우리 경제의 위기와 기회를 다룬 분석 등을 보면 트럼프 1기와 과거 사례를 분석해 도출한 예측이 대다수다. 물론 과거는 현재를 설명하고 앞으로를 내다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다. 문제는 변화하는 조건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8년 전의 트럼프와 오늘의 그가 다르고, 당시의 전 세계 경제·정치적 상황과 산업의 판도 역시 상이하다. 샤이 트럼프가 있었다고 샤이 해리스도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분석과 통계의 추이 등도 중요하지만 ‘전망의 전제’에 대한 고민과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