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해리스' 없었다…'전제'의 중요성 생각해야[생생확대경]

이번 美대선서도 여론조사 틀려…통계보단 인식 오류
'트럼프' 불확실성에 韓경제 전망 난이도 더 높아져
통계·분석도 중요하지만 '전망의 전제' 점검 필요
  • 등록 2024-11-11 오전 5:00:00

    수정 2024-11-11 오전 5:00: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2024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번 미 대선에서도 빗나간 여론조사를 두고 말이 많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초접전이 예상됐으나 결과는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오는가 하면, 미디어의 편향된 태도가 오류를 조장했다는 비판도 있다.

여론조사가 틀리는 주 요인으로는 △유권자 샘플링(편향성) 문제 △응답률 저조 △질문 설계의 오류 등이 꼽힌다. 이번 미 대선에서는 ‘샤이(shy·부끄러워 하는)’ 유권자로 표현되는 숨어 있는 지지층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는 부분이 크다는 지적이다.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선에서도 ‘샤이 트럼프’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여론조사가 형편없이 틀렸다는 분석이 많았다.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이번 미 대선에서는 샤이 트럼프는 물론 ‘샤이 해리스’를 여론조사 통계에 포함하려는 노력이 수반됐다. 결과는 둘 다 실패했다. 샤이 트럼프는 과소 평가됐고, 샤이 해리스는 과대 평가됐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50대 50의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으나, 투표가 끝난 바로 다음날 새벽에 트럼프 당선인은 조기에 승리를 확정했다.

2024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사진= AFP)
여론 조사의 오류는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분위기를 들어보면 이번 대선 국면에선 트럼프 지지자들은 딱히 지지 의사를 숨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투표 결과에선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더 강한 히스패닉계와 젊은 층은 물론 해리스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백인 여성 유권자들도 트럼프를 더 선호했다. 여성이나 유색 인종 유권자들이 겉으로 드러내지 못해도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할 것이란 전제가 틀렸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책면에서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민주당보다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공화당에 대한 지지가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주류 미디어가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미 대선 여론조사의 오류는 이를 믿은 민주당 선거 캠프의 전략이나 해리스 지지자들의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식의 오류는 틀린 전망을 도출하고,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향후 성장 경로에 대한 고민이 큰 우리나라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시장과 주요 기관의 예측치를 모두 크게 밑돌면서 우려가 큰 시점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를 맞아 미 경제 정책에 따른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최근 나오는 경제 전망 보고서나 트럼프 당선 이후 우리 경제의 위기와 기회를 다룬 분석 등을 보면 트럼프 1기와 과거 사례를 분석해 도출한 예측이 대다수다. 물론 과거는 현재를 설명하고 앞으로를 내다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다. 문제는 변화하는 조건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8년 전의 트럼프와 오늘의 그가 다르고, 당시의 전 세계 경제·정치적 상황과 산업의 판도 역시 상이하다. 샤이 트럼프가 있었다고 샤이 해리스도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분석과 통계의 추이 등도 중요하지만 ‘전망의 전제’에 대한 고민과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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