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셧다운 10일' 지자체 탁상행정에 철강빅2 냉가슴

오염물질 정확한 측정없이 행정처분
"현실화 땐 재가동까지 최대 6개월"
  • 등록 2019-06-04 오전 1:00:00

    수정 2019-06-04 오전 8:15:46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고로 셧다운(가동중단) 10일은 사실상 사망선고다.”

철강업계 한 고위 관계자가 행정 당국의 유례없는 제철소 고로(용광로) 중단 통보를 가리켜 한 말이다. 국내 철강사 빅2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로 가동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했다.

3일 지자체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조사해 온 당국은 지난달 포스코 포항·광양 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사전 통지한 데 이어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에 열흘간의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고로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 및 가스를 대기오염방지설비가 없는 ‘고로 브리더’(고로 내부에 공기를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안전밸브장치)로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행정처분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제철소 한 관계자는 “두 달에 한 번가량 고로 정비 시, 브리더 개방(휴풍 상태)은 안전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며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와 가스를 주기적으로 배출하는 휴풍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화재·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로가 조업을 중단한 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최대 4, 5일로 그 이상 고로를 정지하면 쇳물이 굳어버려 재가동시 3∼6개월이 걸리는 만큼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이를 대체할 기술이 없다는 점, 전 세계 800여개 제철소 역시 동일한 공법을 적용하고 있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환경오염방지에 역점을 둔 현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해 보여주기식 행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가동하고 있는 고로는 총 12기인데 모두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무더기 조업정지 처분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제철소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조선·자동차 등 전방업체들의 수급 불안정까지 합치면 조업 중지에 따른 피해액은 조 단위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고로 중단 시 막대한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의견서 제출과 청문절차 등을 통해 조업정지만은 막아보겠다는 절박한 분위기”라면서 “행정소송과 행정심판 등 행정 조치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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