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치인이 정부·여당과 다른 시각에서 정책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최근 발언들은 그의 정치적 위상과 안보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적절치 않다. 거대 야당 대표이자 대선 후보를 지낸 이가 갖춰야 할 균형적 사고와 책임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이 최근 보름 동안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군사 훈련을 7차례나 실시했고,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안보 위기를 고조시킨 현실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한반도 전역을 겨냥한 무력시위와 도발 중지를 북한에 먼저 촉구하는 것이 옳다.
여당에서는 이 대표의 ‘친일’ 비판에 지지층을 결집하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 실패를 덮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를 놓고 친일·반일로 논쟁을 벌이는 게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일 것인가.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비핵화는 실패했다”며 “북한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 ·미사일 폭주 앞에서 치고받는 말싸움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 대표와 민주당은 냉정히 따져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