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현지시간) 제임스 퀸시(James Quincey)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CNBC 방송에 출연해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을 버티기 힘들다면서 “올해는 헷지가 잘 돼 있지만 내년에는 가격 상승 압력이 가중돼 제품 일부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포장 크기 활용법과 기준 소비자가격 최적화를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가격 인상에) 대처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얼마나 올릴지는 밝히진 않았습니다. 코카콜라는 지난 2018년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알루미늄 관세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3년 만의 가격 인상은 PPI 상승이 CPI로 전가되지 않은 시점이란 면에서 다소 빠른 감이 있습니다. 3월 미국의 PPI는 전년 동기 대비 4.2% 올랐습니다. 지난 2011년 9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며, 전문가 예상치인 3.8%를 상회한 것입니다. 중국의 3월 PPI도 전년 동기 대비 4.4% 상승해 지난 2018년 7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장 전망 3.6%를 넘었습니다. 반면 CPI는 비교적 안정세입니다. 같은 기간 미국 CPI는 2.6% 상승했습니다. 지난 2018년 8월 이후 2년 7개월 만의 최고치이지만, PPI 상승 폭보다 작은데다 시장 예상치인 2.5%를 소폭 상회하는 데 그쳤습니다. 중국 CPI는 0.4% 상승했고 시장 예상 0.3%을 소폭 넘는 데 그쳤습니다.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이 시작되는 구간에선 PPI가 먼저 상승하고 그 뒤 CPI가 상승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PPI-CPI의 상승 격차는, 지금이 경기 회복 초반 국면이란 의미인 셈입니다. 이제 막 경제가 좋아지는 상황으로, 소비자의 제품 구매력이 딱히 개선되지 않았을 겁니다.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리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코카콜라의 이번 가격 인상이 빠르다고 한 이유입니다.
CNBC는 코카콜라 가격 인상에 대해 “이러한 가격 인상 움직임이 코카콜라 수익성 개선엔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PPI를 밀가루 값에, CPI를 짜장면 가격에 비유합니다. 그러면서 “4차 산업 혁명기에 탄생하고 있는 ‘혁신적인 짜장면집’ 때문에 밀가루 값이 올라도 일반 짜장면집들은 짜장면 값을 올리려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합니다. 경기가 점차 풀리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 자연스럽게 짜장면 가격도 올라가게 될 텐데 이걸 혁신적인 짜장면집이 막는다는 겁니다. 이 짜장면집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짜장면 가격을 낮출 수 있을지에만 몰두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AMWL)이나 쿠팡(CPNG)같은 기업입니다.
이 팀장은 “쿠팡과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면서 그에 대한 자릿세를 제품 가격 인하로 받는다”며 “한마디로 제품 마진을 현저히 줄여나가는 작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싼 제품을 공급하는 식으로 시장점유율(M/S)을 먹어나간다. 아마존은 최근 비행기까지 구입하고 있는데, 무역을 하겠다는 얘기”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테슬라(TSLA) 역시 고객 차량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통해 저렴한 맞춤형 보험상품을 개발해 기존 자동차 보험사들을 힘들게 한다”며 “혁신은 가격 파괴를 낳고, 이는 예전처럼 PPI 상승이 CPI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PPI에 맞먹는 CPI 상승이 확인되지 않았을뿐더러 혁신이 가격을 파괴하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코카콜라의 가격 인상은 빠른 것을 넘어 과감해 보입니다. 자사 제품에 대한 어지간한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올릴 기업은 드물듯 합니다.
정나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한 점은 코카콜라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주는 이점이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비싸도 살 것’이란 생각은 시장이 해당 상품을 꼭 필요로 한다는, 이 상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극단적으로는 ‘비싸서 사는’ 명품이 딱 들어맞아 보입니다. 코카콜라보다 한참 전부터 가격을 인상해왔습니다.
이른바 3대 명품인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은 지난해부터 주요 가방 등의 가격을 올렸습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3월과 5월 국내 판매가격을 올렸고, 올해 들어 2월에만 두 차례 더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에르메스는 매년 국내 판매 가격을 올렸습니다. 샤넬은 지난해 5월과 11월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세 회사는 지난해 한국에서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여전한 호황을 누렸습니다.
일반 소비재 기업 중에서도 아무 때고 가격을 올리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발굴해 내는 건,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PPI가 상승한다 해도 예전보다 CPI가 후행해 오르는 게 쉽지 않게 될 앞으로는 더 중요하겠죠.
이 팀장은 “1980년대 이후 미국 CPI는 매우 안정적인 속도로 우상향하는 반면, PPI는 불안정할 뿐 아니라, 느리게 올랐다”며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는 이번의 경우 해당 그래프를 보며 해야 할 건 ‘가격 전가를 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골라내는 작업을 통해 롱숏 아이디어를 찾아야지 지나치게 높은 CPI가 나오면 연준의 생각과 행동까지 바뀔 것으로 의심하면 안 된다’인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격을 올리느냐 못 올리느냐는 기업단으로 들어가 봐서 자세히 봐야 하는데, 같은 섹터 내에서도 차별화가 보일 거고, 음식료로 예를 들자면 스타벅스(SBUX)는 할 수 있는 식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