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지난 2일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오는 5일 열릴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인데요. 바뀐 개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대위 설치 규정 구체화뿐만 아니라 당연직 비대위원 합류, 비대위 설치 기간 등을 명문화했는데요. 오늘 ‘배진솔의 정치사전’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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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비대위를 어떤 상황에 설치할 것인가` 사유를 담은 제96조 1항입니다. 당초 국민의힘은 `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 기능 상실 등 비상상황`에 비대위를 두도록 했는데, 개정안에는 총 세 가지로 구체화했습니다.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등 5인 중 4인 이상의 사퇴 등 궐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원찬성으로 비대위의 설치를 의결한 경우입니다.
앞서 법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했는데요.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대위를 만든다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에 좀더 촘촘히 비대위 설치 사유를 담아 법원 해석 여지를 줄였습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한 상황은 비대위 설치 사유에 명확히 포함되기 때문이죠. 이 전 대표가 또다시 법원에 새 비대위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내더라도 인용되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당초 비대위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는데, 여기에 당연직 비대위원 규정을 추가했습니다. 관례적으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당연직으로 포함시키던 것을 아예 당헌에 담으면서 혼란을 없앤 것이죠. 이에 따라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임명 절차 없이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비대위에 참석해 의결권을 갖게 됩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비대위원 합류 당시 비대위 전환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권 원내대표가 또다시 지도부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이에 의원총회에서 재신임 절차를 거치기도 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이같은 잡음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 만약 권 원내대표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2선 후퇴론에 따라 새 비대위를 꾸린 후 원내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동으로 비대위원에서도 물러나게 됩니다.
상임전국위, 최종심으로 작용…비대위 존속 기간 ‘6개월’
조속한 비대위 설치를 위한 규정 마련 조항도 눈에 띕니다. 개정안엔 `전국위원회 의장은 제 1항에 따른 비대위 설치를 위한 후속절차를 지체 없이 진행해야 한다`라고 적시됐습니다. 이번에 새 비대위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비대위에 반대하며 의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는데요. 이에 따라 부의장인 윤두현 의원이 의장 직무대행으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가 진행됩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대위는 상황을 수습해야하는 어쩔수 없이 요구되는 필수기구”라며 “차일피일 미룬다거나 어떤 상황에서 지체되면 해결이 안되니까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비대위 존속 기간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많았었는데요. 이제 비대위 존속기간은 6개월(1회 연장 가능)을 넘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 변호사는 이번 당헌 개정안이 특정 개인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