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다 과거 20%를 웃돌던 가계 저축률은 3%대로 떨어지고 기업 수익성도 악화 추세다. 정부·가계·기업·대외거래 등 경제의 온갖 부문이 ‘총체적 적자화(化)’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행적자 시달리는 경상수지=경상수지 악화의 주범은 여행수지. 해외여행은 새해 벽두부터 붐을 이루고 있다. 통상 7~8월이 성수기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해외여행객이 급증한 여행사들은 올 1월 이미 사상 최대 기록을 깼다.
‘하나투어’는 이달 중순 해외여행 고객이 벌써 10만명을 넘었다. 10만명은 이 여행사가 월별 기록으로 처음 기록한 숫자다.
지난해(1~11월) 해외여행에 쓴 돈은 165억달러. 주력 수출품인 휴대폰 5억9800여만대를 수출해 벌어들인 액수보다 많다. 민간 경제 연구소들은 여행수지 악화 추세에다 수입 증가, 수출 위축 등이 겹쳐 올해 경상수지는 12억~46억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은행의 해외 단기 차입금이 급증해 이를 다 합친 자본수지는 흑자를 냈으나 올해는 자본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말했다.
◆부푸는 재정 적자=정부 재정적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관리대상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빼고 공적자금 상환금을 더한 것) 적자액은 10조원에 이르고(재정경제부 추정), 올해 적자 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빚만 늘다보니 지난해 가계 저축률은 3%대 초반으로, 외환위기 전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 수익 악화=그런가 하면 원화 강세와 금리 상승은 기업 수익성을 고갈시키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 2005년 3분기의 30.2%에서 작년 3분기엔 34.6%로 늘었고, 올해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민간 경제 연구소들은 전망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경제의 적자화는 소비·투자·경기 조절 능력을 약화시키고, 외국인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성장기반의 저하·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