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가 미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가 2023년 6월 16일 포도고리차 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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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이날 권씨에 대해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한다는 명령에 서명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모든 사실과 상황을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기준이 미국 당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권씨에 대해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동시에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24일 권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권씨 측은 대법원이 9월19일 하급심의 한국 송환 판결을 무효화하고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결정권을 법무장관에 넘긴 판단의 적법성 여부를 따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헌재는 아울러 송환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법무장관에 있으며 법원은 이를 간섭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해 한때 주목받았던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11개월간의 도피 행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권씨 측은 경제사범의 최고 형량이 40여년인 한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해 왔다. 미국은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여서 100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