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매주 주말마다 진보와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서울 도심이 몸살을 앓고 있다. ‘윤석열 정권 퇴진’과 ‘이재명 구속’ 등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이념을 드러내는 건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극도로 상반된 좌우 이념이 매주 충돌하면서 점차 집회의 목적조차 희석되고 있다. 특히 교통혼잡은 물론 도로 자체가 마비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 지난 12일 진보성향 시민단체 촛불행동전환이 삼각지역 1번 출구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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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선 진보성향 시민단체 촛불행동전환이 주최하는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촉구 집회’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수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여는 ‘전 정부 인사 구속 수사 촉구 집회’가 주말마다 한창이다.
지난 12일에도 용산 대통령실은 이들의 상반된 이념 집회로 갈라졌다. 촛불행동전환은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권 때문”이라며 “윤석열 퇴진”을 외쳤고, 신자유연대는 “이재명을 감옥으로, MBC 폐지”를 주장했다. 주최 측 추산 누적 3만 명이 참여하며 삼각지역 일대는 저녁 7시 무렵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 단체들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희생자들을 추모한다는 명목으로 명칭을 수정해 집회를 강행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추모는 잠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치적 이념이 핵심이다. 신자유연대는 지난 5일 ‘이태원 사고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고 “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집회에선 다시 전 정권을 규탄하기 위한 집회로 회귀했다.
헌법상 누구나 집회에 참가해 정치적 이념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다만 매주 주말마다 삼각지역 인근을 비롯해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세종대로와 광화문 일대는 도로가 마비된다. 시내버스의 우회 운행은 기본이고 시민들은 통행하는데도 불편을 겪는다. 지난 12일엔 7만 명 규모의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세종대로에서 열리며 서울 도심에만 총 9만 명이 운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주말마다 저녁까지 소음에 시달리며 평안한 일상조차 빼앗겼다. 각 시민단체들이 주최하는 대규모 집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