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에 대한 관세도 7.5%에서 25%로 올릴 방침이다. 태양전지·철강·의료용품 등의 관세도 대폭 인상한다. 이에 맞서 중국도 즉각 반발하면서 상응하는 보복관세 부과에 나설 조짐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을 향해 “이성을 잃었다”고 비난했고,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조치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노동자 표를 확보하려는 국내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저가 중국산 제품 유입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미국 노동자들의 피해의식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 배경은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전략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급상승 중인 중국에 대한 견제와 경계라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미·중 관세 전쟁은 미국 대선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이 실제로 보복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 관세전쟁은 더욱 격렬해질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은 지난달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나라의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새 관세법도 제정했다.
국내 업계 일각에서 미국의 조치가 당장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고 오히려 대미 수출 확대 등 어부지리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는 반응이 나왔다지만 이는 단견이다. 그런 어부지리가 있더라도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아 한국 시장 공략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던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중국발 희토류 대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 미·중 관세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미·중 양국의 무역정책과 그 파급 효과에 관한 정보 수집과 분석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뜻밖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긴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