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 해줬으면 보상 받아야…폐기물 시장 불합리해 창업했죠”[플라스틱 넷제로]

폐기물이란 단어 갈수록 쓸모 없어질 것
분리배출 어렵게 해주면 보상 필요
배출부터 처리, 각 밸류체인 플랫폼화 필수조건
  • 등록 2024-03-03 오전 9:00:00

    수정 2024-03-03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때 불편함은 당연한 걸까. 우리는 물품의 최종 처리의 한 부분을 담당해주고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지만 이에 대해선 거의 불평하지 않는다. 현재의 시장경제 체제는 대체로 물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데까지만 보상이 집중되어 있고, 물품의 폐기에 대해선 경제적 보상이 거의 없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분리배출을 잘하는 국가로 꼽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보상 체계의 미비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불해야하는 대가는 상대적으로 더 큰 편이다. 물건을 버리기 위해 폐기물 처리 비용을 내는데도, 반대로 불편을 감수하고 잘 버려주는 데 대한 보상은 왜 없을까. 이런 불균형을 의아하게 생각한 ‘㈜같다’의 폐기물 플랫폼인 ‘빼기’ 고재성(사진) 대표를 최근 성수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재성 ㈜같다 대표가 최근 서울시 성수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이데일리 기자
고재성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매립과 소각만으로 폐기물 처리가 충분했던 시절이 너무 길었다. 이제는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더 이상 지속하지 않은 방식이다. 그러나 아직도 사는 것과 버리는 시장은 불균형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에 다양한 산업이 존재하듯 버리는 시장의 산업도 커져야 한다. 순환(Circular)의 가치가 주목받는 시장은 언젠간 올 것이라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폐기물이 돈이 되는 시장이 되면 잘 버리는 노고에 대한 보상도 따라야 한단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 순환경제가 대두하고 폐기물이 자원화하면서 귀하신 몸인 ‘폐귀물’이 된 시대다. 톰슨로이터 의료 데이터사업부를 거쳐 스타트업 및 외국계 IT기업 등에서 사업을 운영한 그가 폐기물에 뛰어든 이유다.

현재 빼기 앱은 대형 폐기물을 더 편하게 버릴 수 있도록 버리는 고객과 빼기 파트너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은 번거롭게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발급한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고 빼기 앱으로 간편하게 신청하면 된다. 빼기는 지자체 협약을 통해 운영되는 서비스로 스티커 비용 또한 지자체 배출신고 금액과 동일하다. 사용자는 별도 필증을 출력하거나 발급받을 필요없이 빼기 번호만 기입하거나 메모장으로 부착하면 된다.

더불어 배출하는 폐기물의 분해나 운반이 필요한 경우, 운반중개 서비스인 ‘내려드림’서비스를 이용해 파트너들이 제공하는 금액을 확인하면 이후 분해부터 처리까지 한번에 처리해 준다. 단 내려드림 서비스 비용은 파트너 출장비용과 인건비 등으로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편리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는 빼기 앱 가입자가 110만명에 달한단 것만 봐도 이미 증명됐다. 110만 가입자를 바탕으로 중고거래, 무료나눔(줍줍), 의료ㆍ도서 기부 등도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장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불편하게 분리배출을 한 이들에게 어떻게 보상을 제공해 줄지 여부다. 이는 고 대표가 ㈜같다를 창업한 목표다. 그러나 문제는 폐기물에는 라벨(꼬리표)이 따라붙지 않는다. 유럽연합과 환경 선진국을 중심으로 ‘폐기물 디지털 여권(WDP, Waste Digital Passport) 도입 논의가 오랜기간 이어져오고 있지만, 모든 폐기물에 디지털 태그를 달고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같다는 이를 각 폐기물 처리의 밸류체인을 추적가능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구현하고 이 시장을 개혁하려 한다. 다소 개념이 어려울 수 있어 일문일답으로 구성했다.

-보상을 위해서는 폐기물 배출자 추적이 가능해야하는 것 아닌가. 즉 누가 버렸는지 알아야 하는 데…

△아직 촘촘한 관리를 위해 준비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대형폐기물 분야에선 ’빼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요 관계자의 정보를 통해 구조적으로 배출부터 운반, 처리까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수는 2000만이 넘는데, 빼기 어플의 가입자는 110만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연평균 대형폐기물 배출건수는 약 2000만건으로, 우리나라 가구 수의 100%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가구수 기준 빼기는 협약 지자체 기준 15%의 마켓쉐어를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전국 기초 지자체 230여곳 중 약 70곳 대한 대형폐기물 자원 입력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50%의 시민이 대형폐기물을 배출하는 경우 ’빼기‘를 최소 1회 이상 인지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이 수는 매우 의미가 있는 수치이다.

-지자체는 왜 빼기를 이용하나

△각 지자체마다 대형폐기물 분류 체계가 다르다. 품목명이나 규격, 처리 비용 등이 다 제각각이다. 같다는 규격화 모델을 통해 약 70곳 지자체의 대형폐기물 데이터를 표준화한다. 단일화된 기준으로 지자체의 대형폐기물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일종의 대형폐기물 전국 통합 허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별도 시스템 구축없이 쉽고 간편하게 폐기물 데이터화가 가능해지게 됐다.

-해당 데이터가 어떻게 배출자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자발적 자원순환을 위해 개인간 탄소배출권 시장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순환경제는 ’핀테크‘ 경제와 ’폐기물 유통 시장‘ 두 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앞으론 폐기물이 아닌 원자재라 불릴 시대가 올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보상 재원은 폐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만든 기업이 될 수 있다. 이 기업은 탄소배출을 줄였으니,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의 플랫폼을 통해 고품질의 폐자원을 손쉽게 획득했다면 그 일부를 고객에게 보상해주는 것이다. 전통적 폐기물 산업 시스템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구조다. 훗날 탄소배출권의 개인간 거래가 활성화 되는 시점에는 같다가 직접 이를 매입하고 판매를 중개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서울 종로구 삼일빌딩에서 류성희 SK렌터카 경영지원본부장(오른쪽)와 고재성 ㈜같다 대표이사가 생활폐기물 스마트 관제 솔루션 공동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렌터카
-구체적으로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나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폐기물 종류를 생활 폐기물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2022년 폐기물 수거 차량에 GPS(위치파악시스템) 부착이 의무화됐다. 추적의 영역이 규제화되면서 FMS(차량 관제·관리 시스템ㆍFleet Management System) 시장이 커지고 있다. 배출에서 처리의 전 영역에서 관리 사업이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빼기’가 지난 7년간 사업을 통해 보유한 유니크한 데이터, 폭넓은 지자체 영업, 협약 및 관리 인프라을 기반으로 대형폐기물 이외에 재활용 가능 폐자원으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FMS 사업에 진출한 SK렌터카와 ‘생활폐기물 스마트 관제 솔루션 공동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1월 체결했다. SK렌터카의 차량 종합관리 솔루션 ‘스마트링크’의 차량관제 서비스를 빼기 앱으로 제공한다.

이 외에 친환경 제품과 업사이클링 기업들의 상품을 파격적인 수수료정책으로 ‘빼기’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이들 기업은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당장의 영리 추구보다 전체 시장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태연, '깜찍' 좀비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