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발가락으로 시작해 장애인으로 끝난 대전시장 선거

선거 기간 중 허태정 후보의 발가락 공방이 최대 이슈
고의 절단에 의한 병역면제에서 가짜 장애인 의혹까지
장애등급 재조사 · 장애인단체간 편가르기까지 후유증
  • 등록 2018-06-13 오전 6:00:00

    수정 2018-06-13 오전 6:00:00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장 선거는 발가락으로 시작해서 장애인으로 끝났네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바라본 대전시민들의 자조적인 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전지역의 최대 이슈는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의 발가락 공방이었다.

선거 초반 허 후보는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해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고의로 절단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 의혹은 고의에 의한 절단인지, 사고에 의한 절단인지를 규명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흑색선전의 하나로 여겨졌지만 선거전 후반 상황은 반전됐다.

허 후보가 장애등급 6급 1호를 받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엄지발가락 1개 절단만으로는 장애등급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부터다. 허 후보 본인이 몰랐던지, 아니면 사전에 알았던 지에 상관없이 장애인으로 등록, 10여년간 각종 혜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탓이다.

허 후보 측은 “잘못된 장애등급 판정이 과거 행정관청의 관행이었고 사전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허 후보 이외에도 족지 절단으로 장애등급을 받은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고 항변했다. 문제는 허 후보와 유사한 사례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재조사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허 후보의 가짜 장애인 논란으로 인한 지역 장애인단체들간에 편가르기도 이번 선거의 후유증이다. .

사단법인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2018 대전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허 후보의 장애등급 자진 반납 및 공식 사죄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전장애인당구협회, 대전장애인스킨스쿠버연맹, 대전장애인수영연맹 등 대전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장애인단체들이 나섰다.

이들은 “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불법으로 명의를 도용했다”며 “지방선거 과정에서 장애인을 정치적으로, 그것도 불법으로 악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허 후보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대전시장 선거는 잘못된 장애등급 판정에 특별 조사와 갈라진 장애인단체간 갈등 봉합이라는 과제만 남긴 입맛 쓴 선거로 남게 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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