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만호 동시 철거 ‘이주대책’ 떠넘기는 정부-지자체

2027년 1기 신도시 최대 3.9만호 동시 착공…
전월세 대란 예고된 가운데
정부 “도시별 상황 달리 지자체 발표해야”
지자체 “정부에서 권한부여와 지원해줘야”
  • 등록 2024-05-29 오전 4:30:00

    수정 2024-05-29 오전 8:52:38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정부가 최대 3만 9000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계획을 밝혔지만 이주대책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공을 떠넘기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7년부터 철거·이주에 따른 전·월세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지자체별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고, 지자체에선 정부가 권한을 주거나 지원하지 않는 한 이주대책 수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의 지난 22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11월 선정되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선도지구 물량은 최소 2만 6000가구에서 최대 3만9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보면 성남 분당 최대 1만2000가구, 고양 일산 9000가구, 나머지 평촌·중동·산본 등에서 각각 6000가구가 동시에 착공에 들어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임시로 거주할 집을 찾아야 한다. 이후에도 매년 새로운 정비사업 지구가 추가로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대란은 예견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기 신도시가 착공에 들어가면 임차 수요는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며 “대체되는 주택이 공급될 지가 관건인데 이에 대한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세대란이 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일단 3기 신도시에 신규 아파트 공급 시기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착공 시기에 맞춰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단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주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은 “이주대책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지역이 성남시를 비롯해 산본, 중동, 평촌 등인데 이 지역의 임차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중소규모 택지개발사업과 함께 의왕, 군포, 안산 등 3기 신도시 주택 공급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1기 신도시 별로 요구하는 대책도 제각각 이라 모두 충족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대표적으로 분당을 포함하고 있는 성남시는 “성남, 분당은 도시 밀도가 굉장히 높고, 사용할 부지가 전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국토부와 LH 등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일산을 포함하고 있는 고양시는 오히려 주택 공급은 과잉상태로 주택 공급보다는 도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일산은 인근에 3기 신도시 공급도 앞두고 있어 임차 수요가 문제가 아니라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선도지구 선정시) 도시 기능 활성화에 배점이 있듯이 도시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쓰지 않으면 실패한 주택공급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당의 경우 3기 신도시가 이주 수요를 흡수한다지만 분당 주민이 의왕, 군포, 안산으로 가기도 쉽지 않고, 평수를 줄여서 옮기지도 않을 것인데 정부에서 이런 각각의 요구에 맞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요구를 피력하면서 정부가 순차적으로 이주대책을 내놓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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