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이마트에서 구입해 조리한 농심 콩라면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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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고 묵직한 국물맛이 묘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입안에서 씹히는 콩고기도 ‘킥’(자극)이다. 밥을 말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시중 다른 라면과 차별성이 뚜렷하다. 기존 얼큰한 라면을 선호하는 고객은 아쉬울 수 있겠지만, 감칠맛과 추억(?)을 원하는 이들에겐 좋은 선택지다. 과거 맛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냥 금색의 포장지가 왠지 모르게 반갑다.
농심(004370) ‘콩라면’이 26년 만에 돌아왔다. 사골된장 국물과 콩가루 별첨 스프로 과거 콩라면의 맛을 재현했다는 것이 농심의 설명이다. 콩 추출물을 함유한 면발과 대두단백 두부피가 들어간 건더기도 특징이다. 이마트(139480) 단독 상품으로 지난달 25일부터 판매 중이다.
추억 보정(?) 탓인지 현재 제품은 사회관계망(SNS) 등에서 꽤 입소문을 타고 있다. 콩라면은 그동안 빙그레(005180) ‘매운콩라면’과 함께 ‘다시 나왔으면 하는 라면’ 중 하나로 꼽혀왔다. 특히 고(故) 황수관 박사가 찍은 콩라면 TV CF가 아직도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 고(故) 황수관 박사가 출연한 콩라면 TV CF (사진=콩라면 CF 광고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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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이마트를 들렀다가 제품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다. 특유의 레트로한 금색 포장지가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돌아온 추억의 그맛’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가격대는 신라면(950원)에 비해 좀 높다. 4입 번들 제품 기준 5300원. 개당 1325원인 꼴이다.
그만큼 다른 라면보다 내부 구성물이 많은 편이다. 스프만 전첨, 후첨, 건더기까지 세 개다. 후첨 스프는 흰 색깔을 띠는데 맛을 보면 사리곰탕 스프와 유사하다. 실제로 원재료명을 보면 진사골추출물 등이 있다. 참기름·땅콩버터·볶은콩 분말도 적혀 있다. 건더기 스프에는 유난히 콩고기가 많은게 특징이다. 물 500㎖를 넣고 끓이다 보면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일단 후첨 스프를 넣지 않고 맛을 봤다. 이때는 진라면 매운맛과 조금 흡사하다. 이후 후첨스프를 넣으면 고소함이 배가 된다. 사골 맛도 더해지면서 국물맛도 묵직해진다. 전반적으로 참기름 풍미 때문에 계란라면과 살짝 유사하기도 하다. 맵기는 안성탕면 정도다. 얼큰함보다는 감칠맛으로 승부하는 라면이다. 단맛도 맴도는데 전체의 맛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 콩라면의 스프와 면 구성물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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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은 살짝 통통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밀가루 냄새가 나거나 하진 않는다. 표고버섯 건더기가 은근히 많아서 신라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밥을 말아 먹기 좋았다. 먹다 보면 콩고기가 밥알과 함께 씹히는데 고소함이 입에서 톡톡 터지면서 계속 흡입하게 한다.
강력한 고소함은 단점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살짝 지나칠 수 있다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다. 맵싸한 기존 라면 맛을 좋아하는 편이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기자도 중간에 개운한 매운맛이 당겨 석박지 등 김치를 찾아 먹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건더기가 눈에 잘 띄진 않는다. 의도적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건두부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다. 가격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럼에도 최근 먹은 라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제품이었다. 과거 콩라면 맛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이런 맛이었을 것 같다’는 기대를 잘 만족시켜준다. 입소문을 잘 탄다면 롱런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시중 판매 라면이 질렸다면 한 번쯤 먹어볼 만 하다.
| 후첨스프를 넣으면 고소함이 배가 되고 묵직해진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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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추억을 자극하게 한다. 황금색 포장지가 1998년 당시 어딘가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경기가 불황일 때 사람들은 복고를 쫓는 경향이 있다. 과거 따듯하고 즐거웠던 추억을 꺼내보며 위로받고 싶은 욕구다. 사람들이 복고에는 쉽게 지갑을 여는 이유다.
농심 입장에서도 이런 재출시 전략은 이득이다. 신제품을 새로 개발해 내놓는 것 보다 시간·비용적으로도 효율적이라서다. 이미 알려진 제품에 최신 트렌드를 입히기가 더 쉽다는 이야기다. 비단 농심뿐 아니라 다른 식품업체들도 최근 이런 재출시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