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3선 도전에 나선 이기흥 현 회장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던 체육계 안팎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이 후보 이외 후보들 사이의 단일화 시도가 실패해 열세로 평가되던 유 후보가 주로 체육인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선택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 후보가 직원 부정 채용과 후원물품 사적 사용 등의 혐의로 직무 정지된 채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유 후보는 유효표 1209표 중 417표(34.5%)를 얻어 경쟁자 이 후보(379표, 31.35%)와 강태선 후보(216표, 17.87%)를 따돌렸다.
유 당선자는 올해 43세로 1981~2025년 출생자를 일컫는 MZ 세대의 맏형 연배다. 이 회장이 체육계의 기성세대와 대한체육회의 구체제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유 당선자는 체육계의 세대교체와 개혁을 상징한다. 그런 만큼 체육계는 물론 일반 국민도 유 당선자의 향후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 당선자 스스로도 선거 과정에서 ‘변화의 스매시!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바꾸다. 예스 위 캔 투게더’를 구호로 내걸어 체육계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선 직후에도 “변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셨으니 몸이 부서져라 화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육계 곳곳에 기득권이 엄존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유 당선자가 변화를 이끌어가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체육인 다수가 출신 학교나 인맥 등을 고리로 한 파벌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으나 이는 수십 년에 걸쳐 구조화한 적폐여서 단기간 해소가 어렵다. 유 당선자가 약속한 ‘지방체육회와 종목단체의 자립성 확보’는 재정 기반 확충이 선결 조건이라는 점에서 정부 지원과 법제 개편이 필요하다.
유 당선자가 주어진 4년 임기에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체육계 현안들에 대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변화를 하나하나 실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기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동시에 생활체육 진흥에 힘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MZ 세대가 리더가 되니 체육계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