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고통, 경기침체가 온다'…휘청이는 韓 주력산업

퍼펙트 스톰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커져
반도체·전자 재고 급증…석유화학 수익성 악화일로
투자 잇달아 보류 가능성…구조조정 압박 거세질 듯
전문가들 “기업들 사업 토양 다지는 데 주력해야”
  • 등록 2022-09-26 오전 6:00:00

    수정 2022-09-26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준기 김응열 기자] “내실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반도체·전자·석유화학 등 한국 주력 산업에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에 저(低)성장까지 겹친 퍼펙트 스톰이 휘몰아친 데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파까지 임박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공급망 위기·원자잿값 및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생산비용이 빠르게 느는 상황에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 주력산업이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이은 경기침체발(發) 제품 수요 위축의 직격탄까지 맞는, 일종의 전방위적 악재에 휩싸일 우려가 커진 것이다. 기업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혁신전략 및 대비책을 세우고 정부와 여야는 기업이 불황을 뚫을 중장기적 지원 정책을 펴되, 발목을 잡는 노란봉투법 등 반(反) 기업 정책·법안은 철회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이유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당장 전자업계가 맞닥뜨릴 파장은 작지 않다. 이미 가전·휴대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X 부문의 재고자산 규모는 작년 말 22조378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7조149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제품이 팔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가전·TV 맡고 있는 H&A·H&E 사업본부의 재고자산 규모도 각각 673억원과 459억원 늘었다. 올 상반기 HE와 HA의 영상기기·세탁기 평균 가동률은 각각 80.4%와 89.5%로 전년(97.8%·108.8%) 대비 크게 줄었다.

대표적 주력 산업인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역시 각각 16조4551억원에서 21조6079억원으로, 8조9166억원에서 11조8787억원으로 늘었다.

석유화학사의 경우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수익성 핵심 지표인 원자재인 나프타(납사)와 중간재인 에틸렌과의 스프레드(가격 차이)는 올 2분기 기준 평균 234.12달러로, 손익분기점(300달러)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때 스프레드가 160달러까지 꼬꾸라지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다.

기존 공급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기업들의 투자계획은 잇달아 보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질 수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의 투자 규모가 줄면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용식 교수는 “임금 문제나 노사 갈등 등 경영 차원에서의 여러 리스크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하 등은 여소야대 지형상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과 같은 대외 환경악화 해결에 적극 나서는 한편, 국내 규제 완화 등으로 기업의 사업 토양을 탄탄히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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