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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만난 제주도민들은 “제주는 여론조사보다 여기 사람들이 모여 얘기하는 게 정확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정한 당 성향이 없다고 알려진 제주. 지난 6번의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소속 광역단체장을 가장 많이(3번) 배출했고, 새천년민주당·국민회의(현 더불어민주당)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후보가 각각 두 차례와 한 차례씩 당선됐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유일하게 무소속 광역단체장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인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지역민심을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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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사 선거는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몇 발자국 앞서 있는 가운데 문대림 민주당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지역민이 보는 전체적인 판세였다.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 6일 발표한 제주지사 여론조사 결과도 원 후보가 39.3% 지지율을 기록해 28.8%에 그친 문 후보를 따돌렸다. 이 외에는 고은영 녹생당(3.0%)·김방훈 한국당(2.5%)·장성철 바른미래당(0.9%) 후보 순이었다.
특기할만한 현지 분위기 중 하나는 원 후보 지지 여부에 상관없이 그에 대한 지역 자부심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원 후보를 언급하면서 “제주는 아직도 괸당(친인척)이쥬게”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서귀포시에서 흑돼지 가게를 20년쯤 하고 있다는 이모(62)씨 역시 “원 지사가 제주가 낳은 인재라는 뿌리 깊은 인식이 많이 있다”며 “이번에도 힘을 한 번 더 줘야지”라고 했다. 이들 5060세대는 “육지 사람이 보면 무슨 소린 데하고 비웃을지도 모른다”면서도 “제주도민들은 전국의 1%밖에 안 되는 인구지만 제주 출신 대통령 한번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제주동문시장에서 빙수가게를 하는 50대 여성 김모씨도 “원 지사 도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며 “앞선 지사들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그런 것이지 원 지사 잘못은 없다”고 옹호했다. 다만 원 후보가 우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소속을 선택할 수 없는 광역·기초비례의원에서는 민주당 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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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인물보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읽혔다.
이런 민심을 의식하듯 문 후보는 연일 ‘문 대통령의 핫라인 문대림’을 강조하고 있고, 당도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중앙당 차원 지원을 아끼고 있지 않다.
일부 중장년층은 “얼애들은(어린애들은) 이미 다 민주당에 넘어간마씸(넘어가 버렸다)”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어른들이 ‘그래도 누구를 찍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듣는 척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수도권과 달리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서울서 온 기자인데 선거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으면 20~30분씩 자신의 의견을 쏟아내는 데 망설임이 없었고, 너도나도 “TV토론 안 빼놓고 다 봤다”고 했다. 원 후보 지지율이 문 후보를 한발 앞서기 시작한 이유도 토론에서 선전한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50대 중반의 택시기사 고영호씨는 “(문 후보와 경선한) 김우남 전 의원이 출마했으면 모르겠는데 두 후보는 체급이 다르다”라며 “제주 지역 국회의원이 전부 민주당인데 선거에서 지면 결국은 공천을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만난 김모(44)씨는 “정확하게 반반으로 쫙 갈라졌다”며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는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상파 방송3사(KBS·MBC·SBS) 의뢰로 지난 2~5일간 제주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8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조사(유선 20%·무선 80%)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21.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