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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민주당 내 진보진영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사진) 미국 상원의원이 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구도가 ‘중도 대표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대(對) ‘강성 좌파주자’ 샌더스 상원의원 간 2파전 구도로 압축된 가운데, 워런 의원이 비슷한 성향의 샌더스를 지지할지, 아니면 같은 당의 바이든의 손을 들어줄지에 향후 경선판도는 다시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5일(현지시간) CNN방송·뉴욕타임스(NYT)·폴리티코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워런 의원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 같은 대선 경선 중도하차 계획을 전했다. 워런 의원은 경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그룹으로 꼽히기도 했으나, 1~4차 경선은 물론, 지난 3일 5차 경선 격인 ‘슈퍼화요일’에서까지 단 한 곳에서도 1등을 차지하지 못했다. 애초 워런 캠프는 슈퍼화요일에 경선이 치러진 14개 주(州) 가운데 최소 8개 주에서 ‘톱(top) 2’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정치적 안방인 매사추세츠주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1등을 내준 건 충격이었다. 워런 의원은 물론, 워런 캠프 전체가 슈퍼화요일 이후 지금까지 침묵에 빠졌던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자, 미 정가에선 워런 하차설이 초미의 관심으로 부상했었다. 샌더스 의원 지지자로 잘 알려진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은 “진보운동이 하나로 뭉쳤다면 아깝게 놓친 미네소타나 다른 지역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썼다. 사실상 워런 의원에 하차를 압박한 것이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우리의 ‘현대판 포카혼타스’(트럼프가 인디언 혈통을 주장하는 워런에게 붙인 별칭·Pocahontas) 워런에게는 역사에서 승자로 기록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녀는 역대 최고의 ‘방해 입후보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워런 의원이 샌더스 의원을 지지할지는 단정하긴 아직 어렵다. 폴리티코는 “워런 의원과 샌더스 의원은 정치인이 되기 훨씬 전부터 친구이자, 이념적 우방이었지만, 그들의 관계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흐지부지됐다”고 지적했다. 워런 의원이 지난 1월 TV토론에서 과거 샌더스 의원이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두 사람 간 사이가 크게 틀어졌다는 게 폴리티코의 지적이다. 2016년 대선 경선 당시 워런 의원이 샌더스 의원이 아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한 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선 워런 의원이 이번 경선에서 누구에게도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을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한 소식통은 “워런 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상원의원과 만나 (자신의 경선레이스 하차와 관련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안다”며 “워런 의원이 누가 자신의 의제를 가장 잘 뒷받침해줄 것인지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