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대만)=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모리스 창 빌딩(張忠謀大樓)과 그의 초상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대만 TSMC 본사엔 모리스 창 창업자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TSMC 본사 건물은 창업자의 이름에서 따왔고, 직원들이 드나드는 1층 보안 공간엔 창업자가 큰 액자 속에서 웃으며 이들을 반기고 있었다.
대만에선 TSMC로 대만의 국격을 높인 모리스 창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보다 인기가 많고 존경받는다고 한다. 대만에서 TSMC는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불릴 정도다.
|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본사 1층 로비.(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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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신주과학단지는 ‘대만의 실리콘밸리’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IT 기업들이 밀집해있다.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약 75㎞ 떨어져 있는데, 대만의 KTX인 THSR(대만고속철도)을 타고 34분 달린 뒤 25분 다시 차를 타고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신주과학단지는 한국으로 치면 용인 클러스터처럼 반도체 생태계가 고스란히 모여 있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선 넓은 부지가 필요한데, 수도 타이베이는 집값이 비싸고 인구의 3분의 1이 밀집해 있어 마땅치 않다. 이에 대만 정부는 1980년 수도와 멀지 않고 많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신주에 과학단지를 조성했다.
신주과학단지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TSMC 본사와 공장 주변은 고요한 숲 속을 연상케 했다. TSMC 로비 역시 한창 일을 하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오가는 직원들이 많지는 않았다.
|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본사 앞 ‘모리스 창 빌딩(張忠謀大樓)’ 이름이 적혀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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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TSMC 본사 입구에서 주변 빌딩을 둘러보니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대만의 촘촘한 반도체 생태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세계 3위 파운드리 기업 UMC를 비롯해 VIS(세계 8~9위 파운드리), GUC(대만 1위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PDMC(대만 3위 파운드리), 알파 네트웍스(대만의 대형 디자인제조서비스 공급업체) 등 다양한 기업들이 TSMC 주변에서 한눈에 보였다. 대만이 제조 외에 설계·전공정·후공정까지 완벽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본사 1층 로비에 회사 신념이 담긴 문구가 쓰여져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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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1층 로비로 들어서면 회사 가치관을 담은 4개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기술 리더십 △우수한 제조업 △고객 신뢰 △신뢰할 수 있는 기술과 최대 공급자 등으로 TSMC의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TSMC는 파운드리로서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엔비디아, 애플, 퀄컴, AMD 등 대형 고객사들을 끌어들이며 현재 세계 최고의 위상을 거머쥐었다.
TSMC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최근 일본과 협업을 확대하면서 신주를 찾는 일본인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TSMC 혁신박물관 관계자는 “대만 사람들뿐 아니라 동서양 막론하고 외국인들이 투어를 위해 많이 온다”며 “요즘은 일본인이 많이 오는데, 공장 설립 때문에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제1·2공장을 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TSMC의 세 번째 공장을 유치하는데 힘쓰고 있다.
|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본사 1층 로비에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의 그림이 걸려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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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신주과학단지 내 TSMC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TSMC 소개 영상을 보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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