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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정치권에서는 한 주 내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간 비공개 만찬회동 논란이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당사자들은 ‘사적 만남이었고 총선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정보수장과 집권여당 정책연구소 사령탑이 만난 선거 모의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동안 여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던 정당 정책연구소에 대한 조명도 새롭게 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여야를 막론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양 원장만큼은 기존의 정책연구소장 역할과 문법을 벗어나는 예외사례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정당 경상보조금 중 30% 이상 사용해야
정책연구소는 정당이 자의적으로 운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닙니다.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은 반드시 별도 법인으로 정책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책연구소의 설치와 운영에 대한 정당법 제38조는 “보조금 배분대상정당은 정책의 개발·연구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중앙당에 별도 법인으로 정책연구소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정치자금법 제28조는 “경상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은 그 경상보조금 총액의 100분의 30 이상은 정책연구소에 사용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정책연구소 이사장은 당연직으로 해당 정당의 대표가 맡습니다. 또 연구소장 임면권이 당 대표에게 있는 만큼 대표가 교체되면 자연스레 정책연구소장도 바뀌는 게 관례입니다.
다만 앞서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가 임명했던 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이 이해찬 대표 체제 출범 뒤 2년 임기를 채우고 얼마 전 퇴임한 사례처럼 예외도 존재합니다.
연구소장 누구 지명하냐에 대표 의중
당 대표에게 임면 권한이 있는 만큼 정책연구소장을 누구로 지명하느냐에 따라 당 운영의 의중도 읽을 수 있습니다.
민주연구원과 여의도연구원의 5명 부원장 면면을 봐도 민주당이 양 원장을 각별히 배려했다는 점을 알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양 원장 부임 이후 3명의 현역의원(김영진·이재정·이철희)과 재선 의원 출신이자 문재인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백원우 전 의원을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포진시켰습니다. 원내 입성 경험이 없는 원장 아래 직급에 재선 의원 출신과 현역의원들을 대거 배치하면서 그만큼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정치권의 평가입니다.
반면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중 현역의원은 송언석 제1부원장이 유일합니다.
양 원장이 향후 총선 전략 수립과 공천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이런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요정당 정책연구소는 당내 공천과 총선기간 각 지역 여론조사 실시를 통해 당락 여부 관측이 가능한 막강한 정보력을 갖게 됩니다.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그 위상이 부침을 겪기는 했지만, 과거 한국당이 최초의 정당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축척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거 분석에 자신감을 나타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양 원장 취임에 대해 ‘청와대가 결국 공천에 손을 대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 목소리 배경도 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