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7 선거에서 당선되면 서울시민 모두에게 서울시 예산으로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후보는 지난주 이와 같이 공약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로 등록했다. 명분은 높은 수준의 방역 조치로 고통을 겪어온 서울시민을 위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름도 ‘재난위로금’이라고 붙였다. 하지만 이는 선거 출마자가 유권자 집단에게 당선 후 돈 지급을 약속한 것이어서 매표 의도가 깔린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관위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 국민 대상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에 대해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한 발언이 이 문제에 대한 선관위의 입장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김 사무총장은 “정책으로 발표하기만 한 돈 지급 약속은 선거법으로 다룰 수 없다”고 했다. 선관위는 이번 박 후보의 공약도 그 연장선에 놓고 보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선거 전 돈 지급 약속’에 그치지 않고 ‘선거 전 돈 지급 실행’까지 한 경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점·대상·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선관위의 이런 애매한 입장은 선거 출마자의 돈 지급 약속에 매표 의도가 있음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산 지출에 관한 정책 공약’과 ‘매표 의도의 돈 지급 약속’을 무 자르듯 명쾌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전 국민 대상도 아니고 한정된 유권자 집단인 서울시민 대상이라면 매표 의도가 보다 분명하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지속적 정책도 아니고 단 1회의 ‘위로금’을 그것도 당선 직후 곧바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이라면 더욱 그렇다. 박 후보는 돈을 디지털 화폐로 지급해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늘리겠다”는 등의 부연설명으로 돈 지급 약속의 정책 공약적 성격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뜬금없는 이야기다.
선관위가 나서서 타당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경쟁적으로 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선거의 공정성은 훼손되고, 공적 예산 운용은 부실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