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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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지난 2일 서울 역삼역 인근에 마련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직무교육장. 오후 5시 50분 교육이 모두 마무리됐지만 가사관리사 100명 전원은 오후 6시 30분이 되기까지 교육장을 떠나지 못했다. 필리핀 현지에서의 선별과정, 국내에 입국한 날 오후부터 진행된 고강도 교육훈련이 마무리된 날이었다. 이들은 교육을 진행한 선생님들,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한 달간의 추억을 나눴다. 교육장이라기보다 연회장 분위기가 연출됐다. 어떤 이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다음날인 3일 이들은 현장 일선에 투입됐고, “콜센터에 접수된 서비스 불만 상담이 전무”(서울시 9월6일 설명자료)할 만큼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관리사들 속은 썩어가고 있었다. 평균 100~150달러를 들고 입국한 이들은 첫 월급이 제때 나오지 않으며 마음을 졸여야 했고 어떤 이는 생활비가 부족해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9월 초 밀린 임금(교육수당)이 지급됐지만 두 번째 월급날이 돌아오기 전인 지난 15일 관리사 100명 중 2명은 숙소에서 짐을 빼고 잠적했다. 지금 분위기상으론 한 달 뒤 이들은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한된 정보 속에 2명이 무단 이탈한 이유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 당장 돈이 부족해서일 수도, 노동 강도 대비 기대했던 것보다 임금이 낮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입국 전부터 계획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숱한 과정을 거쳐 선별된 필리핀 ‘인텔리’(고급인력)가 한국까지 건너와 앞으로 닥칠 불이익을 감수해서라도 불법체류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불만족스러운 임금 수준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나 여타 근로 환경상 문제가 없었는지 정부와 서울시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기자가 접촉한 한 가사관리사는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느냐(Can you help us?)”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