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식품업계의 재밌는 마케팅 사례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건이 있다. 일명 ‘파맛첵스 부정선거 사건’
2004년 농심켈로그는 시리얼 ‘첵스’ 마케팅의 일환으로 ‘첵스나라 대통령 선거’를 진행했다. 대대적으로 TV 광고까지 진행한 행사였다.
선거 후보로 나온것은 밀크초코당 ‘체키’ 후보와 파맛당 ‘차카’ 후보였다. 말도 안되는 경쟁에 켈로그는 당연히 체키가 당선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치도 못한 전개가 펼쳐졌다.
| 농심 켈로그 ‘파맛 첵스’ 포장 속 ‘차카’가 16년만의 복권에 기쁨을 표하고 있다. (사진=이성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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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카는 한때 5만9000표 이상을 득표하며 체키를 압도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차카에게 몰표를 주자는 움직임이 일었기 때문이다. 파맛 첵스는 출시 준비도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차카가 앞서나가자, 켈로그는 ARS 전화와 롯데월드 현장 투표 등을 추가하고, 무효표를 걸러내기 시작했다.
당시 정보보안업체 조사에선 차카에게 204명이 4만7000여표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04년 첵스나라 대통령 선거 당시 선거 포스터 (자료=온라인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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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체키가 4만6424표(56.67%), 차카는 3만5641(43.43%)로 체키가 당선됐지만, 여론은 좋지 못했다. 이후 지난 16년동안 체키는 독재가로, 차카는 부정선거 피해자로 인식됐다. 매년 만우절만 되면 어김없이 파맛 첵스가 출시됐다는 합성 사진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소비자들도 켈로그에 지속적으로 출시를 요구했다.
그러다 지난 18일 켈로그가 16년 간의 염원을 현실로 만들었다. 파맛 첵스가 실제 제품으로 등장한 것.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맛에 ‘설렁탕에 넣어 먹으면 되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좀처럼 맛을 상상하기 어려운 파맛 첵스의 실제 맛은 어떨까.
| 우유에 말아본 ‘파맛 첵스’. 좀 더 파향이 짙어지지만, 익숙한 조합은 아니다. (사진=이성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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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은 일반 첵스와 완전히 동일하지만, 파맛 답게 초록빛을 띄며 갈색의 시럽이 코팅돼 있다. 포장을 열면 은은한 파향이 풍겨져나와 진짜 파맛 첵스라는 것을 실감케한다.
향에 비해 실제 파 함유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350g 제품 기준 대파 함유량은 3.3g에 불과하다.
일단은 우유에 말지 않고 먹어봤다. 제조사의 설명대로 야채맛 과자 맛이 나면서 여러 곡물들로 인해 고소한 맛이 지배적이었다. 먹고난 뒤 입에선 파향이 올라왔다. 알싸한 파향이라기보단, 구운 파의 달달한 향이었다.
평소 시리얼을 먹는대로 우유에 말아먹어봤다. 우유에 넣자 시리얼에선 파향이 좀더 부각됐다. 코팅된 시럽이 우유와 석이면서 우유에서도 달큰한 파맛이 느껴졌다. 다만 아무래도 우유와 파향이 좀처럼 어우러지지 않아 익숙한 맛은 아니었다.
| HMR 설렁탕에 말아본 ‘파맛 첵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사진=이성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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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일부 소비자들의 생각처럼 설렁탕에 파를 듬뿍 뿌려먹듯 파맛 첵스를 넣어봤다.
모든 도전이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가지 취식법 중 그냥 과자처럼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었다.
켈로그는 오는 29일부터 파맛 첵스를 한정 판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