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군산공장이 어제 문을 닫았다. 그 전신인 대우자동차가 1996년 ‘누비라 1호’를 선뵌 지 22년 만이다. 지난 2월 폐쇄 방침이 전격 발표되자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 등이 저마다 회생방안을 위해 나섰으나 끝내 무위로 그친 것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군산공장의 모습에서 우리 경제가 처한 단면을 떠올리며 울적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당장 지역경제가 급하게 됐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조업중단에 이어 꼼짝없이 앉은 채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직원들도 희망퇴직과 부평·창원공장 이전 배치로 모두 소화되지 않아 400여명은 무급휴직에 들어가야 하는 처지다. 협력업체라고 사정이 다를 리 없다.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흩어지면서 일대의 인구는 이미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GM 본사의 세계전략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강성 노조 탓도 그에 못지않다. 군산공장은 지난 3년간 가동률이 20%에 불과했고 다른 공장들도 비슷했다. 그런데도 직원들은 매년 1000만원 안팎의 성과급을 챙겼고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도 월급의 80%를 받았다. 기업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결국 한국GM이 자본잠식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군산공장 폐쇄가 우리 자동차산업의 암울한 미래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비단 GM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업계 전체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은 선진국인 미국·독일·일본 등을 진작 앞섰으나 생산성은 한참 뒤처진다. 현대차 국내 공장 생산성이 7개 해외공장에 모두 뒤지는 데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울산공장의 임금이 중국 충칭공장의 8배를 넘는데도 생산성은 오히려 충칭공장이 60%나 웃돈다.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군산공장 사태가 되풀이되고 나아가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좋은 일자리가 무더기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투쟁보다는 상호 협력이 절실하다. 아울러 이번 GM공장 폐쇄로 직격탄을 맞은 군산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경 집행을 포함한 다각적인 지원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