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와아아아”13일 오후 6시. 방송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서 김경수(경남)·오거돈(부산)·송철호(울산)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쟈 국회 본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그동안 민주당의 불모지로 여겨져왔던 PK(부산·경남) 광역단체장을 모두 석권했기 때문이다. 1995년 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된 이후 23년동안 이 지역에서 자유한국당에 밀려 단 한차례도 광역단체장을 내지 못한 민주당이기에 환호가 갖는 의미는 컸다. PK를 텃밭처럼 여겨왔던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패배다.
3전 4기 오거돈 “23년 불평등 시정에 종지부” |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심상애 씨를 끌어 안으며 활짝 웃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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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2의 수도로 불리는 부산에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55.1%)를 얻어 재선에 도전하는 서병수 시장(37.3%)을 20%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눌렀다(14일 오전 4시 20분 기준, 개표율 98.8%). 4번의 도전 끝에 얻은 승리다. 오 후보는 지난 2004년 재보궐선거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야권단일후보로 부산시장에 도전했지만 49.3%를 얻어 서 후보(50.7%)에게 간발의 차로 패했다.
오 후보는 당선 확정 직후 “23년간의 부정부패와 불평등 시정에 종지부를 찍겠다. 시민 여러분의 행복한 삶만을 생각하는 시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권위와 특권을 내려놓고 진정한 소통과 공감의 시정을 펼치고 부정부패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후보 당선의 1등공신은 지난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부산지역 의원들이다. 18석이 배정돼있는 부산에서 5명이 민주당 간판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지역기반을 잘 닦아놨다는 평가다. 특히 부산시장 후보 출마설이 돌던 친노친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진작부터 불출마를 선언하고 부산지역 원팀(one-team)을 외치면서 지역조직이 밑바닥부터 촘촘하게 선거운동을 끌어갔다.
‘울산의 노무현’ 송철호 “통합과 협치 시작” |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울산시 남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환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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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자 역시 현직인 김기현 시장의 재선을 막는데 성공했다. 53.1%를 얻은 송 후보는 39.7%를 득표한 김 시장을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따돌리며 승리를 거뒀다(14일 오전 4시 20분 기준, 개표율 86.9%). 그는 울산에서만 8번 낙선한 후보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2년 이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무소속 후보로 보낸 세월만 26년이다. 송 후보는 이날 승리직후 소감문을 통해 “저는 오늘 이 순간부터 모든 것을 잊고 대화합의 시장이 되겠습니다. 통합과 협치(協治)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그의 당선은 어느정도 예견돼있었다. 지난 4일 울산MBC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발표(2~3일·울산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2514명 대상)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송 후보는 43.2%의 지지를 얻어 26.2%인 김 후보를 17%포인트 차로 앞섰다. 특히 송 후보는 울산에서 민주진보계열의 이름을 걸고 지속적으로 출하하면서 ‘울산의 노무현’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의 영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이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에서 송 후보의 당선이 뒷바람을 받은 셈이다.
김경수, 드루킹 뚫고 하이킥 | 6·13지방선거가 열린 1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운데)가 경남 창원시 성산구 STX빌딩에 위치한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김 후보 부인 김정순 씨(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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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중 가장 눈에 띄는 승리는 경남이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비서로 알려져왔던 김경수 후보는 재선 지사출신 김태호 한국당 후보를 51.8%대 44.1%(14일 오전 4시 20분 기준, 개표율 81.47%)로 누르고 도지사가 됐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새로운 경남, 경제 를 살리겠다며 한국당 심판론을 제기했다. 특히 서부경남(고성, 진주) 출신인 그는 그동안 민주당의 불모지이자 김태호 후보의 표밭이었던 이 지역에서 표를 양분하고 젊은 유권자들이 많은 동부경남(창원)에서 몰표를 받으며 당선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김경수 후보가 당선자로 확정되면서 그는 대권잠룡으로 분류되게 됐다.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을 지내다가 김태호 후보에 맞설 민주당 후보로 차출됐는데 이 과정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전국구 스타가 됐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됐던 김태호 후보는 정치활동에 타격을 입게됐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선거기간 동안 홍준표 대표와 각을 세워온 점을 들어 당 대표에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