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강달러…은행 자본비율 하락 '악재'

銀,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리스크관리’ 주력
외화자산 많으면 위험가중자산 늘어
보통주자본비율 하락...100원 오를시 0.25%p↓
수출입기업 상환능력 악화로 대출부실 가능성
금리인하 늦어지면 이자이익엔 긍정적
  • 등록 2024-11-11 오전 6:00:00

    수정 2024-11-1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원·달러환율이 오르면서 국내 은행들이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악재를 맞았다. 외화자산이 많은 은행일수록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 자본비율 하락 폭이 커진다. 외환거래가 많은 하나은행, 보험사 인수를 추진 중인 우리은행은 특히 자본비율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및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 거시경제 변수를 분석해 내년 사업계획서에 반영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은 환율과 금리 향방이다.

특히 원·달러환율 상승은 은행 자본비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각 은행이 주시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장중 1400원을 돌파한 환율은 연방준비제도(Fed)가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한 후 1380원대로 내렸지만, 향후 1420원대 상승까지 점쳐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의 외화위험가중자산이 높게 평가돼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은행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외화자산이 많은 은행일수록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일부 금융그룹의 경우 환율이 100원 오르면 보통주자본비율이 0.2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잔액이 증가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고, 자본비율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들은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 규모가 더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할 경우 부채와 자산 사이 격차가 커지면서 손실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은 밸류업을 통해 주주환원을 늘리려는 은행들에 악재다. 특히 외환거래 환 헤지 비용이 많은 하나은행과 생명보험사 인수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 핵심계열사 우리은행은 자본비율 하락으로 타격이 입을 수 있다.

다만 시중은행에서 신용위험가중자산 관리에 환율변동에 대한 영향을 반영하고 있어 자본비율 하락 폭이 제한적이란 관측도 나온다.

환율 상승은 수출입기업의 상환능력 악화로 이어져 은행 기업대출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달러화로 대금을 받는 수출기업은 환율 상승이 호재지만, 생산비용이 늘어나고 관세부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해 대출상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입기업의 경우 대금지급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상환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 유지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쉽게 기준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아서다. 기준금리가 유지되면 은행 순이자마진(NIM) 또한 최근 2~3년간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은행들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내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통상 은행들은 거시경제 시나리오에 따른 영향 시뮬레이션을 다각도로 실시하고 사업전략에 반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통화완화 지연, 강달러가 예상된다. 글로벌 무역장벽 심화와 높은 관세 부과 등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도를 점검하고 있다”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환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 헤지를 사업전략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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