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97억 냈는데, 96억 더 내라? 무서운 소급감정[상속의 신]

조용주 변호사의 상속 비법(26)
기준시가로 시가산정 옛말…감정평가 활용
상속·증여에서의 소급감정, 납세자 불만 많아
감정평가 수수료 500만원까지 필요경비공제
  • 등록 2024-08-04 오전 9:15:28

    수정 2024-08-09 오전 10:51:19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토지 140평 위에 지상 건물 1동, 250평의 대지를 아버지로부터 2021년 5월 상속받은 김상속 씨는 같은 해 11월에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해 위 부동산의 가액을 141억원으로 평가하고, 다른 상속재산을 합해 97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런데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김상속 씨의 상속세 조사를 하면서 위 부동산의 신고된 시가가 시세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해 2개의 감정기관에 상속일을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하도록 했고, 김상속 씨도 자신이 선정한 2개의 감정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그 결과 김상속 씨가 신고한 가액인 141억원보다 2.2배 이상 높은 감정평가 결과가 나왔다.

서울지방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에서는 4개의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평가 금액을 모두 합해 나눈 평균금액인 332억원으로 위 부동산의 시가를 평가했다. 그런 바람에 김상속 씨는 2022년 10월 96억원의 추가 과세를 당했다. 결과적으로 김상속 씨는 193억원의 상속세를 내고 속상할 수밖에 없어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에서는 국세청의 소급감정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상속재산의 평가는 상증세법 제60조 제1항에서 시가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시가를 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서 납세자와 과세관청은 서로 대립을 할 수밖에 없다.

가장 정확한 시가 산정방법이 뭐라고 단정할 수 없어서 상증세법은 시가로 볼 수 있는 경우를 예시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매매, 수용, 경매, 공매, 감정 등이다. 매매, 수용, 경매, 공매는 성질상 모두 매매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은 매매된 것이 아닌데 전문가에 의해 가격을 추정적으로 산정하다보니 납세자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꼬마빌딩, 나대지, 농지 등에 대해 기준시가를 이용해 상속세 신고를 해 절세하는 데 많은 효과를 봤다. 그러나 국세청이 2019년 2월 12일 이후부터는 이러한 기준시가로 과세하는 것을 지양하고, 감정평가를 통해 실제 가격에 부합하는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 이후로 상속이나 증여에 있어서 국세청의 소급감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법원에서 소급감정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허용하고 있어서 납세자들의 불만이 많다.

소급감정은 통상 현재 시점에서 물건의 가액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과거 특정 지점으로 소급해 과거가액을 평가하고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직권으로 모든 부동산에 대해 소급감정을 실시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국세청이 상속 증여 신고 재산을 종류와 금액에 상관없이 모두 감정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개정 상증세법 규정에 따르면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은 상속세 및 증여세가 부과되는 모든 재산에 대해 둘 이상의 감정기관에 의뢰해 평가할 수 있고, 다만 비거주 부동산의 경우 추정 시가 차이 10억원 이상, 보충적 평가액 차이 10%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위 사건은 위 규정이 개정되기 전으로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에 의한 감정으로 판단된 것이다.

국세청의 적극적인 감정에 대해 ‘납세자의 기존 감정결과에 대해 문제가 있을 때에 해야지, 모든 부동산에 대해 감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과도하다’라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많아질 상속세 과세에 대해 국세청은 적극적인 감정으로 시세와 차이가 나는 부동산의 가액을 인정하지 않고 과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상속세의 납세자로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일단 기준시가 10억원 이하의 경우에는 1개 감정기관의 감정결과만으로 상속세 신고가 가능하다. 기준시가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2개 감정기관의 감정결과가 필요하다. 납세자가 감정결과를 보기 위해 지출한 감정평가수수료는 500만원까지 필요경비 공제가 된다. 그러므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준비하는 납세자의 경우에 적극적으로 감정평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상속인이 기준시가만으로 토지와 건물을 평가했는데 국세청이 평가한 가격은 2.2배가 넘는 것으로 보아서 누가 보아도 저가로 신고한 것이 분명한 사건이다. 최대한 시가에 부합하는 가격을 산정해 과세하는 것이 조세정의에 맞다. 고가의 부동산들이 기존에는 저가로 평가돼 세금을 적게 낸 관행은 부자들에게 유리한 과세였다.

또한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낮은 상태에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담세력에 의한 과세라는 과세원칙에 반하는 점도 있다. 이러한 과세정책은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상속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이 27년간 변하지 않아서 실제적인 조세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서 과세의 형평을 위해서는 과세표준과 세율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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