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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기자 브리핑을 열고 빨간색을 주축으로 3가지 색을 혼용한 상징색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강과 더불어민주당의 파랑, 정의당의 노랑을 모두 합쳐 진보와 보수 모든 이념을 아우르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는 당색에 다양성을 녹이면 좋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싸늘했다. 발표 당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양성도 좋고, 포용성도 좋다. 그러나 정당은 정체성이 근본이다. 보수, 진보, 중도 셋을 동시에 표방하는 정당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소고기도 맛있고, 돼지고기도 맛있다. 닭고기도 맛있다. 그렇다고 섞어 먹느냐”고 비판했다.
‘분홍색 유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분홍색이 총선 승리를 가져다 준 색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4·15 총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분홍색을 입고 선거 운동을 벌여, 결과적으로 당선이 됐기에 그 상징성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을 사용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다. 이 때문에 노란색 대신 흰색을 채우는 대안이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진통을 겪었던 선례가 있었던 탓인지, 지도부는 상징색 반발을 무시하지 못하고 당초 지난 20일 예정된 발표를 취소하고 다음날 21일, 이를 또 다시 22일로 미뤘으나 이 자리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4일에야 빨간색을 기본으로 하고 파란색과 흰색을 보조로 사용한 상징색을 공식 공개했다.
그럼에도 반발 기류는 여전한 모양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당의 상징색을 바꾸는 문제는 오손도손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면 될 문제였다”며 “당색 변경을 관철하지 못하면 지도부의 권위에 상처가 난다고 생각했다면 속좁은 꼰대 의식”이라고 저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