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당 의원들 모두 수술대에 올라라

  • 등록 2018-06-20 오전 6:00:00

    수정 2018-06-20 오전 7:23:28

자유한국당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그제 당 혁신안을 내놓았으나 거센 후폭풍에 맞닥뜨린 것이다. 중진들이 ‘헛다리 짚기’, ‘월권’, ‘독단’ 등 온갖 수사를 써가며 반대전선을 구축했고 초·재선의원들도 저마다 딴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맛보고도 반성과 참회의 모습은 전혀 없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워 국민 앞에 무릎 꿇은 게 한낱 쇼였단 말인가.

여론수렴 절차가 무시됐다는 반발 세력의 트집은 한가할 때나 통할 얘기다. 김 대행 말마따나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123명 전부가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비상시국에 누가 무슨 자격으로 혁신안을 내놓는단 말인가. 지금 떠들어대는 중진이나 초·재선들의 면모를 보면 홍준표 전 대표의 ‘마지막 막말’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진작 정리됐어야 할 구태가 외려 발목을 잡는대서야 혁신은 보나마나다. 국회의원들의 책임을 자기들에게 떠넘긴다는 당료들의 반발도 한가하긴 매한가지다.

김 대행의 혁신안은 중앙당 해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핵심이다. 미국식 원내중심 정당은 오래 전부터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앞당길 유력한 수단으로 지목돼 왔다. 공천을 무기 삼아 파벌정치나 조장하는 중앙당이야말로 고비용·저효율 정치의 원흉이다. 또다시 보수 분열과 궤멸의 단초가 된 패권정치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한국당에 희망은 없다. 차제에 중앙당을 과감히 없애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줌으로써 정당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정책 중심 정당을 지향하는 게 바람직하다.

참신한 외부 인사가 주도하는 비대위 구성도 시급하다. 작년 2월 새누리당 문패를 떼는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지만 인적청산 없이 당명이나 바꾸는 식의 껍데기 혁신은 공허할 뿐이다. 자유·법치·책임이 예나 지금이나 보수의 진정한 가치인데도 ‘보수의 정체성 재정립’ 운운하며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얄팍한 꼼수를 좌시해선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김 대행부터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비대위가 구성되는 대로 깨끗이 물러남으로써 진정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일부 중진들의 백의종군 선언이 새삼 돋보이는 것도 그래서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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