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수렴 절차가 무시됐다는 반발 세력의 트집은 한가할 때나 통할 얘기다. 김 대행 말마따나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123명 전부가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비상시국에 누가 무슨 자격으로 혁신안을 내놓는단 말인가. 지금 떠들어대는 중진이나 초·재선들의 면모를 보면 홍준표 전 대표의 ‘마지막 막말’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진작 정리됐어야 할 구태가 외려 발목을 잡는대서야 혁신은 보나마나다. 국회의원들의 책임을 자기들에게 떠넘긴다는 당료들의 반발도 한가하긴 매한가지다.
참신한 외부 인사가 주도하는 비대위 구성도 시급하다. 작년 2월 새누리당 문패를 떼는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지만 인적청산 없이 당명이나 바꾸는 식의 껍데기 혁신은 공허할 뿐이다. 자유·법치·책임이 예나 지금이나 보수의 진정한 가치인데도 ‘보수의 정체성 재정립’ 운운하며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얄팍한 꼼수를 좌시해선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김 대행부터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비대위가 구성되는 대로 깨끗이 물러남으로써 진정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일부 중진들의 백의종군 선언이 새삼 돋보이는 것도 그래서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