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76년에야 최초로 도시 하수처리장인 청계천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불과 12년 전이다. 건설 당시만 해도 하수처리장이라면 ‘더럽고 지저분한 물’, ‘악취가 나는 곳’ 등의 혐오시설로 인식됐었다. 그런데 하수처리 기술이며 시설이 선진국들의 수준 이상으로 발 빠르게 발전했다. 혐오시설이던 하수처리장이 IOT 및 AI 기술에 힘입은 하수처리기술 및 최첨단 시설 관리로 주민 친화시설로 변모했다.
세수를 하면 ‘쌩얼’이 드러나는 단순한 화장이 아니다. 수지구 죽전동 수지아르피아 포은아트홀 지하에 ‘수지레스피아’라는 하수처리 시설이 있다. 수지구와 기흥구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 15만t을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의 시설이다. 주민들이 기피하는 하수시설을 지하화하고, 상부에는 문화체육시설을 설치한 전국 최초 사례다. 도심 속 공원과 생활체육 공간으로 수영장, 배드민턴장, 축구장이 있다. 포은아트홀에선 오페라 등 각종 공연이 상시 열리고 상부 공원은 연인끼리 데이트를 즐기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주 찾는 산책 코스가 됐다.
반면 유감스럽게도 이들 몇 곳 이외의 많은 하수처리시설들이 ‘수준 이하’인 것도 현실이다. 하수종말처리시설들은 지자체 관리 영역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이들 시설을 민간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 위탁받은 민간업체가 잘 운영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운영 대가가 적어 관리에 고급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인력 위주로 운영관리를 하다 보니 책임 있는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할 일 외에 우리가 할 일은 없을까? 요즘 하수처리의 새로운 과제는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의 46%가 합성섬유 등을 세탁할 때 배출된다. 이들이 전량 하·폐수처리장으로 유입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처리수가 방류된 하천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있다. 하천에 흘러든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먹는 물로도 유입될 수 있다.
마침 22일은 UN이 제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제47차 UN 총회에서 이날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하고 선포했다. ‘OECD 환경전망 2050’ 보고서는 한국이 2050년엔 OECD 국가중 가장 심한 물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연금 예상 고갈 시기보다 더 빠르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 813㎜보다 많은 1300㎜이지만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 1인당 연간 총 강수량은 2546㎥로 세계 평균 1만 5044㎥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버리는 물도 잘 버리고 아껴 다시 써야 한다. 이젠 하수도 소중한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