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은 칡넝쿨처럼 얽힌 문제들을 단번에 풀어주는 극적 효과가 있다. 지난 4월27일 1차 남북정상회담이 극적이었지만, 뒤틀릴 뻔한 북미정상회담을 되돌린 5월26일 2차 남북정상회담도 이번 ‘북미 빅딜’의 명장면 중 하나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긴장은 한층 덜어진 게 사실이다.
이번 협상의 당사자인 트럼프와 김정은의 득실 평가를 통해 앞으로 벌어질 추가협상을 가늠해보자. 트럼프는 이번 협상을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북미합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시험장을 폐기하기로 했다”며 “북핵 위협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합의를 문구에 넣진 못하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며 “영업사원 같은 트럼프가 김정은에 농락당했다”는 거친 비판도 넘어야할 언덕이다. 또 미국 상원 인준을 통과하느냐도 포인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미 간 합의가 이뤄지면 상원에서 인준 받겠다고 공언해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북한 체제 보장 약속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트럼프가 잘 쓰는 표현인 ‘채널 고정’(Stay tunes)을 위해선 미국도 앞으로 펼쳐지는 본경기를 잘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체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인에게 ‘한반도의 봄’은 반가운 뉴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도 이런 기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회담이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트럼프는 북미대화를 마칠 때까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먼 얘기라는 전제가 있지만 주한미국 철수론을 언급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꽁꽁 잠겨 있던 북핵 협상의 문을 열었지만, 한숨 돌렸다고 피 말리는 협상장을 먼저 나오면 안 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지금부터는 환상을 깨야 한다. ‘한강의 기적’이 ‘대동강의 기적’으로 이어져 통일한반도 시대의 영광이 이어진다고. 김칫국부터 마시면 곤란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과실을 챙긴다.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제일 먼저 들어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소방관들의 사명이라는데, 문재인 정부가 이런 각오로 임하길 바란다. 국익과 동북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시대정신은 대한민국의 지향점이다. <콘텐츠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