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여성암] 피곤하고 체중 줄면… 갑상선기능항진증 의심

권형주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교수
  • 등록 2020-12-05 오전 7:23:09

    수정 2020-12-05 오전 7:23:09

[권형주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교수]서른 살 된 여성 환자가 “손발이 떨리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곤하다”며 외래를 찾았다. 겨울인데도 춥지 않고 식은땀이 난다고 한다. 검사를 해보니 그레이브스병에 의한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진단돼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 호르몬의 과잉 분비로 일어나는 갑상선 항진증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권형주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교수.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신체에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갑상선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땀이 많이 나고, 더위를 쉽게 타며, 피로감을 호소한다. 에너지 소모가 많으므로 식욕이 증가해 음식섭취가 늘지만 소모되는 에너지가 더 많아 체중이 감소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1.3-2.7%에서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발생하며, 갑상선기능항진증의 80-90%는 그레이브스병이 주된 원인이다. 그레이브스병이 있는 사람은 예민해지고 불안하며, 집중력이 저하돼 업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손발이 떨린다.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경우도 많으며, 맥박이 빨라져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쉽게 숨이 차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레이브스병이 있으면 갑상선의 크기가 커져 목 부분이 부어오르는 갑상선종이 대부분의 사람에서 나타난다. 장운동이 증가해 대변을 자주 보거나, 설사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뼈의 칼슘 대사가 증가해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이 발생하는 사람도 있다. 일시적으로 가려움증이 생기거나 머리카락이 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이 호전되면 탈모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일부 환자에서는 눈이 부시고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느낌이 드는 안과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안구 돌출이 심해지며 시력 손실이 오는 경우도 있다. 여성에서는 월경이 불규칙해지거나 무월경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레이브스병 환자는 더위에 민감해지며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약 80%의 환자가 갈증과 목마름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당뇨병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레이브스병은 혈액 중의 갑상선호르몬 수치 및 자가항체 검사, 갑상선 스캔 등의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그레이브스병이 있는 사람은 갑상선암 발생이 2.5배 정도 증가 하므로, 갑상선암과 관련 정기적인 검진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레이브스병 치료에는 항갑상선제, 방사성요오드, 수술 등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항갑상선제 치료를 우선 시행합니다. 항갑상선제는 갑상선에서 갑상선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로, 평균 1년에서 1년반 동안 치료가 필요하다.

항갑상선제 치료 후에도 환자 10명 중 5~6명 정도는 그레이브스병이 재발하기에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그레이브스병이 재발하거나 약제 부작용이 있는 경우, 또는 갑상선종에 의한 압박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를 이용해 치료한다. 최근 그레이브스병 치료에 있어서 로봇 수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밝혀짐에 따라, 점차 로봇 수술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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