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화학 올인, 플랜B 없었다"…롯데케미칼은 왜 무너졌나

사업 포트폴리오 기초화학에 집중
매출 비중 68%…경쟁사는 30~50%
적자 상황서도 롯데건설 현금 지원
"효율성 높여 위기 넘겨야"
  • 등록 2024-12-05 오전 5:20:00

    수정 2024-12-05 오전 5:20:00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경쟁사 대비 기초화학 분야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집중돼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손실을 메우고 도와줄 사업이 없다.”

4일 국내 전문 연구기관, 신용평가사 등 석유화학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석화 산업의 든든한 기둥이었던 롯데케미칼에 닥친 재무위기에 대해 한목소리로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롯데케미칼을 세계적인 화학 기업으로 성장시킨 압도적인 기초화학 소재 생산능력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올 3월 기준 해외법인을 포함한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451만톤으로 국내 최대며 세계적으로도 상위권 수준이다.

이는 LG화학, 한화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경쟁사들이 첨단소재, 신재생에너지, 배터리, 정유 등 비교적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올 3분기 말 기준 경쟁사들의 기초화학 매출 비중은 30~50% 수준에서 형성돼 있는 것과 달리 롯데케미칼 전체 매출에서 기초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한다. 한 사업이 무너지면 다른 사업이 뒤를 받쳐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무엇보다 롯데케미칼의 그룹 내 ‘대들보’ 역할도 위기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롯데건설이 위기에 빠지자 현금 5000억원을 긴급 대여하고 회수한 바 있다. 또 최대주주로서 롯데건설의 2000억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며 지원했다. 롯데케미칼이 적자경영 상태에서도 내린 결정이었다.

롯데케미칼은 불황에 맞서 장기적으로는 기초화학 사업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사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스페셜티 매출 비중을 60%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이영준 롯데 화학군 신임 총괄대표의 핵심 과제도 사업 전환과 적자경영 탈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 세계 석유화학 시장은 지속 성장하는 만큼 지금의 위기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여수 2공장 내 에틸렌그라이콜(EG), 산화에틸렌유도체(EOA) 등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며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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