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이만희가 박근혜 시계 차고 나오자 옥중서신이..."

신천지 이만희의 박근혜 시계 파장
박근혜 옥중서신 공개...절묘한 타이밍(?)
'야속한 상황 속 건재 과시' 공통점
  • 등록 2020-03-08 오전 9:06:02

    수정 2020-03-08 오전 9:06:0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신천지 이만희가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오자마자 감옥에 있는 박근혜의 서신이 나오다니…”

도시건축가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은 지난 4일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진보논객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도 지난 5일 “이만희가 박근혜 시계를 내보이며 두 번 절하니 옥중의 박근혜가 도로 새누리가 되어라 하시더라”라고 했다.

‘박근혜 시계’가 왜 거기서 나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용서를 구하며 거듭 큰절을 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손목에선 ‘박근혜 시계’가 빛나고 있었다. 게다가 친박(親박근혜 전 대통령) 의원들도 본 적 없다는 ‘금장’에 박 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담긴 시계였다.

미래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당명을 신천지가 지었다는 등 연계 의혹이 끊이지 않을 무렵,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통합당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몸담았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가짜 박근혜 시계’라고 주장하며 선 긋기에 나섰다.

신천지 측도 “과거 한 성도가 선물한 시계로, 정치와 무관하다”면서 “이 총회장께선 새누리당 당명을 지은 적이 없고 그런 발언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의도적 노출’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말끔히 거두어지지 않았다.

왼쪽은 지난 5일 정갑윤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차고 나온 시계. 오른쪽은 지난 2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기자회견에 차고 나온 시계 (사진=이데일리DB, 연합뉴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참여정부 비서실장 시절 유병언의 세모그룹 부채를 탕감해 줘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다’는 반대 진영의 공세를 겪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과거 세모그룹에 45억 원을 대출해줬다 파산한 신세계종금의 파산관재인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도 같은 의혹이 되풀이됐다. 이에 문재인 캠프 측은 “문 후보는 당시 세모그룹의 파산관재인이 아니라 법원이 선임한 신세계종금의 파산관재인으로서 피해자의 채권확보를 위한 소송 끝에 2002년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채권 집행은 문 후보와 함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예금보험공사가 담당했지만 해외 은닉 재산을 찾지 못해 결국 집행에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시계는 가짜” 유영하, 박근혜 옥중서신 공개

우연치곤 참 절묘한 타이밍이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이만희 시계는 가짜”라며 “옛날부터 가짜를 만들어 차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고 주장한 바로 다음 날,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들고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된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낸 정치적 메시지였다.

박근혜 시계에 대해 “허위사실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한다”며 발끈한 통합당은 4·15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나온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반가운 선물’이라며 치켜세웠다.

자료=리얼미터
실제로 이 총회장의 기자회견이 있던 지난 2일 통합당 지지도는 내림세를 보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3월 1주차 주중 잠정집계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5%p, 응답률 5.1%)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과 29일 상승세를 보이던 통합당 지지도는 2일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면 민주당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 대해선 “최악의 옥중정치”라고 일축했다. 정의당은 “노골적인 선거개입 일뿐더러 탄핵 세력의 부활을 선동한 국기 문란 행위”라며 검찰에 박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영생불사’ 이만희, ‘선거의 여왕’ 박근혜

이 총회장의 기자회견과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야속한 상황 속 건재를 과시하려 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영생불사’ 이 총회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묻자 “매년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청력이 좋지 않아 ‘인간 보청기’ 요한지파 행정서무 김모 씨에게의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신천지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한 변상욱 YTN 앵커는 이 총회장의 모습을 보고 “이 총회장은 바지사장처럼 세워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 앵커는 “이 총회장으로서는 통제력을 상실했고, 신천지 내 권력관계가 복잡하게 변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총회장이 없으면 신도들이 흔들리기 때문에 상징적인 존재”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2006년 테러를 당한 이후 저의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고, 그 삶은 이 나라에 바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박 전 대통령은 태극기 세력을 다시 모으고자 했다.

이에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역사적 터닝포인트가 돼야 할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전해진 천금 같은 말씀”이라며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 통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지난 6일 통합당이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병에 총선 후보자를 공천하자, 자유공화당이 “박 전 대통령 메시지에 찬물을 끼얹는 짓으로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편지에는 보수 통합의 전제인 자기반성도, 쇄신도 없었다. 옥중 ‘선거의 여왕’ 부활은 미지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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