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아파트 대체재로 서민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가 사라지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거래가 뚝 끊긴 뒤로 빌라 거래 시장이 붕괴하면서 빌라를 지으려는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빌라라는 주거 형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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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빌라(다가구·다세대·연립) 착공건수는 2만 4910가구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빌라 착공건수는 2014년 21만 7500가구, 2015년 27만 9692가구, 2016년 25만 4123가구로 20만가구 대를 유지하다가 이후에는 꾸준히 감소해 2021년 10만 2566가구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6만 9444가구, 2023년 2만 4910가구로 급격히 감소했다. 올해에는 전년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1월 1310가구, 2월 1276가구, 3월 1638가구, 4월 1951가구, 5월 1661가구로 총 7836가구에 그쳤다.
빌라착공이 급감한 건 전세사기 사태로 수요자들의 신뢰가 곤두박질치면서 빌라 거래시장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빌라에 살고 싶어하는 세입자도 없고 매매거래 역시 뚝 끊겼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보유 수요가 지금보다 증가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전세사기 영향 뿐만 아니라 사고팔기가 어렵고 아파트에 비해 오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수요나 선호가 높아지기는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빌라 착공이 줄어드는 것은 국내 건설 경기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건설투자는 국내 GDP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건설업 종사자는 국내 취업자 수의 약 7%를 차지해 건설 물량의 감소는 직·간접적으로 국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아파트 공사 현장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지만 빌라같은 작은 건설현장은 국내 노동자들이 주로 일한다”며 “빌라를 짓지 않는 것은 일자리가 그만큼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