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제21대 총선 성적표 발표를 그 누구보다 가슴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 후보들이 있다. 바로 여야 잠룡들이다. 승리하면 대선열차 본선행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다. 반면 패배하면 대선 정거장에서 중도하차하는 수모를 겪을 수도 있다. 이들에게 4.15총선은 단순한 국회의원 선거가 아닌 대선 전초전인 셈이다.
|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난 5일 종로구 관내에서 각각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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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을 받는 잠룡들은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다. 이들은 오랫동안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를 다퉈온 만큼 종로 선거는 ‘미니 대선’으로 불린다.
이낙연 vs 황교안, 누가 울고 누가 웃을까?
이 위원장이 황 대표를 꺾는다면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대중적 지지도에 더해 당내에서도 공고한 입지를 굳히며 대선행 고속도로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향에서만 4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전남지사를 지낸 데서 비롯한 지역적 한계도 벗어날 수 있다. 패할 경우엔 대선 행보에 급제동이 걸리며 여권 내 다른 잠룡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황 대표가 그동안의 여론조사 열세를 극복하고 이 위원장을 극적으로 이긴다면 단숨에 가장 유력한 보수진영 대권 후보로서 대세론을 굳힐 수 있다. 공천파동을 둘러싼 ‘리더십 위기’는 물론 ‘정치 신인’·‘원외 대표’의 꼬리표도 한꺼번에 탈피할 수 있다. 패할 경우 통합당의 총선 결과에 따라 당권을 두고 혈투가 예상되며 황 대표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난다. 황 대표는 이 위원장과 달리 당 대표이자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이면서도 여론조사서 밀리자 타 후보 지원 유세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 전적으로 맡기고 종로 유세에만 집중해 왔다. 공교롭게도 15일이 황 대표의 생일이라는 점에서 총선 결과에 따라 생애 최고의 생일이 될지 아니면 최악의 생일이 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김두관·오세훈·홍준표, 대권도전 총선 성적표가 좌우민주당 대구·경북(TK)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대구 수성갑에서 재선을 노리는 김부겸 의원은 총선에서 승리 시 ‘지역주의 극복’의 훈장을 달고 단숨에 당내 유력한 대권 후보군으로 도약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4·15 총선 출정식에서 “(총선을 넘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확실히 개혁하겠다”면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현 지역구인 김포갑을 떠나 경남 양산을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경남·울산 선대위원장 김두관 의원도 승리할 경우 경남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난 2012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대권 도전의 강력한 추동력을 가질 수 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이장, 군수, 도지사, 장관, 국회의원을 지낸 그의 입지전적 커리어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광진을에서 재기를 노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승리 시 당내에서 그의 정치적 입지는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끝에 시장직을 사퇴하며 9년 가까이 이어온 정치 공백을 단번에 메우는 동시에 보수 진영 차기 주자로 도약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정치 신인인 민주당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패할 경우 당분간 대권 꿈은 멀어진다.
통합당 공천에 반발하며 각각 대구 수성을과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역시 총선 결과에 따라 ‘승천이냐 침몰이냐’가 결정될 예정이다. 또 총선에 불출마했지만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선 유승민 통합당 의원과 비례대표에만 후보를 낸 승부수를 던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당의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을 향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밖에 건강 상의 이유로 지역 유세에 소극적이었던 이해찬 대표를 대신해 ‘직함없는 선대위원장’ 역할을 자처하며 후방 지원에 적극 나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여권의 잠룡 리스트에 본격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총선 성적표에 따라 여야 잠룡들의 행보는 확연히 갈릴 것이고 총선 패배 시 정치 생명이 끝날 후보도 보인다”며 “통합당 출신 무소속 출마 후보들은 당의 복당 불허 방침에도 당선될 경우 역할론을 바탕으로 복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불출마한 유승민 의원 등도 총선 결과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