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못한 가족'···니코틴 주입, 강에 밀어넣어 '보험금 꿀꺽'[보온병]

'고액' 사망보험금 노린 가족간 보험사기
'위장결혼→보험가입→살인' 치밀한 계획
日 신혼여행서 니코틴 주사로 아내 살해
  • 등록 2024-07-13 오전 8:00:00

    수정 2024-07-13 오전 8:00:00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승용차가 물에 빠졌어요” 뚜···뚜···

조직폭력배 남편, ‘첩보’에 덜미

2007년 6월 전라남도 한 지역 소방서와 경찰서에 발신자표시제한번호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A씨는 “낚시를 하다 승용차가 물에 빠진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바로 출동했지만 강물에 빠진 차 안에선 B씨(여)의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경찰은 운전미숙 익사로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이 사건엔 반전이 있었다. 한 경찰관이 숨진 B씨의 남편이 거액의 보험금을 타갔다는 정보를 듣고 재수사를 시작되면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다. 사망한 B씨의 남편이자 지역 조직폭력배인 C씨는 사망보험금 2억원을 수령했고, 신고자 역시 C씨의 지인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것.

C씨의 범행은 매우 치밀했다. 혼인신고, 보험 가입, 보험금 수령까지 모두 철저히 계획된 보험사기극이었다. 인터넷에 ‘보모 구인 광고’를 올린 뒤 B씨에 접근한 C씨는 생활비를 약속하며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다. 혼인 신고를 마치고 보험 가입은 B씨 몰래 이뤄졌다. 얼마 뒤 아내인 B씨에게 운전을 알려주겠다고 강가로 유인해 차량을 밀어 물에 빠뜨리는 범행을 저질렀다.

아내 사망하자 바로 “보험금 주세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D씨는 2017년 일본 신혼여행길에 오른다. 공항에서 아내와 함께 여행 필수템으로 불리는 ‘해외여행자보험’에도 가입했다. 행복해야 하는 신혼 첫날밤 일본 경찰서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D씨는 “아내가 호텔 화장실에서 쓰러졌는데 사망한 것 같다”고 현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숨진 여성 옆에 작은 녹생병과 주사기를 발견한다. 화장실 바닥엔 혈흔도 남아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D씨는 아내 사망 열흘 만에 아내가 우울증 때문에 죽었다며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 직원은 D씨에게 ‘자살’은 보험금 지급 사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D씨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한숨을 들은 보험사 직원은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일 수 있다’는 점을 직감했다. 아내가 사망하자마자 보험금 청구를 하는 것도 이상할뿐더러 슬픔보단 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실망감이 훨씬 더 커 보였기 때문이다. 보험사 직원의 제보로 시작된 강도 높은 경찰 조사 결과, D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D씨의 아내는 뇌부종으로 숨졌는데, 니코틴 농도가 치사량에 달했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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