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中企계의 '송곳',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

김문겸 中企 옴부즈만, 연임 마치고 23일 퇴임
6년간의 옴부즈만 생활, 그 시작은 우연한 기회
난관의 연속, 옴부즈만 법제화·인력 현실화 주력
협회 인증 문제, 中企 조달시장, 신산업 규제 등 발굴·개선 성과
  • 등록 2017-04-21 오전 5:00:00

    수정 2017-04-21 오전 5:00:00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산업에서 기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산업부는 없애고 중기청을 ‘부’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처음엔 옴부즈만을 세 번 발음하면 혀가 꼬일 정도로 어색했습니다. 솔직히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몰랐죠.”

18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문겸 옴부즈만(숭실대 교수)은 2011년 봄을 이렇게 돌이켰다. 그는 이달 23일, 6년간 몸담아오던 옴부즈만을 떠난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지난 2009년 중소기업 규제개선 및 애로해소를 기치로 출범한 독립적 정부기관이다. 2011년 김 옴부즈만이 취임하며 미비했던 옴부즈만 지원단의 법제화를 이뤘다. 조직 규모는 크게 늘었고 위상도 올라갔다. 김 옴부즈만은 중소기업에 불합리한 인증·조달제도부터 허울뿐인 동반성장 정책 등 거침없는 비판으로 중소기업계의 ‘송곳’으로도 불렸다.

우연히 찾아온 옴부즈만…국회돌며 틀 갖춰가

그는 옴부즈만을 맡기 전만 해도 평범한 숭실대 교수였다. 김 옴부즈만은 “경영대 소속이던 1995년 무렵, 학교에서 벤처중소기업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며 “중소기업이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에 새로운 길을 택했다”고 돌이켰다. 강의에 전념하던 시기, 전임 옴부즈만이 이름뿐인 제도에 회의를 느껴 임기를 채 2년도 못 버티고 중도 사퇴하는 일이 생겼다.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각종 자리를 두고 특정 학연 문제가 논란이 됐다. 비상근 차관급 직위인 옴부즈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유로 학연에서 자유로운 김 옴부즈만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처음 옴부즈만을 맡아달라 하기에 ‘시청자 옴부즈만’ 같은 줄 알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옴부즈만 활동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김 옴부즈만은 “(전임 옴부즈만 관련 일로 인해) 당시 정부에서 옴부즈만 활동을 좋게만 보지 않았다”며 “없는 힘에 힘을 더 빼놓는 방안이 나오는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가 선택한 게 지방 방문이다. 김 옴부즈만은 “오라는 데도 없고 갈 곳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며 “직접 순천, 양주 등 작은 도시나 군 단위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옴부즈만이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도 더 적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가 어떤 산업에 국한돼 있는 기업이 아니다”며 “4차 산업혁명·융합의 시대에는 산업이란 게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신태현 기자)
생각과 실행은 별개였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직제가 없던 것. 법률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원인력도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2014년, 김 옴부즈만은 일과를 국회에서 시작했다. 그는 “의원들이 그냥은 만나주지도 않았다”며 “국회를 일일이 돌며 중소기업 옴부즈만 법제화를 설명하기에 바빴다”고 전했다. 발로 뛴 결과 그해 5월 중소기업 기본법이 개정됐다.

체제 잡힌 옴부즈만…인증·조달·규제 문제 등 발굴

그러나 법과 직제는 또 다른 문제로 다가왔다. 김 옴부즈만은 “법이 제정되면 조직은 당연히 만들어지는 줄 알았다”며 “그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정부서울청사를 출근지로 정했다”고 되내었다. 공무원 수가 느는 걸 싫어하는 행정자치부 특성상 일일이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무관부터 과장, 국장, 차관 등을 매일 기다리며 만났다. 당시 차관한테는 매일 같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귀찮게’도 굴었다. 그 결과 8명이던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은 25명으로 늘었다.

지난 정부 초창기 ‘손톱 밑 가시’라는 규제 완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관련 사항을 가장 깊게 알던 김 옴부즈만은 연임에 성공한다. 본격적으로 옴부즈만다운 업무도 개시한다. 그는 ‘관피아의 노후자금으로 전락한 각종 인증 문제’, ‘중소기업의 가장 큰 매출처인 조달시장 문제’, ‘신산업에 대한 선제적 규제 개선’ 등 발굴·개선을 가장 큰 성과로 뽑았다.

그는 퇴임 후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으로 복귀한다. 김 옴부즈만은 “결국 중소기업 문화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교육의 힘을 통해야 한다”며 “이밖에 교육 봉사 기관인 ‘소상공인 리더십 아카데미’ 원장도 맡아 소상공인 교육 및 컨설팅을 진행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옴부즈만으로서 규제개선을 포함한 모든 활동의 본질은 ‘영업’이었다”며 6년간의 옴부즈만 생활을 호탕한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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