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어려워진 청년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채용시장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인 상황에서 취업 준비 기간만 길어지다보니 생계유지를 위해 빚만 쌓여가는 청년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로 구직 실패...하염없이 길어지는 취준 기간
지난 7월 발표한 통계청의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취업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고 응답한 청년의 수(2020년 5월말 기준)는 72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월(66만명)보다 약 10% 증가한 수치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권에 있던 올해 5월까지 취업을 하지 못하고 구직활동을 이어간 청년 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명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올해 구직경험자 681명을 대상으로 ‘2020 상반기 구직성적표’를 조사한 결과 상반기 취업에 합격한 비율은 21.2%에 불과했다. 불합격한 비율이 합격 비율의 2배 이상(54%)으로 이들 중 60% 이상은 상반기 구직 실패의 원인을 코로나19로 지목했다.
이처럼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계비 감당이 어려운 청년들은 빚에 더욱 의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을 덮쳤던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청년층의 대출금액과 연체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대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신용정보 전문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BC) 자료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대출 및 신용카드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해당 연구를 처음 실시한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20대 청년층의 대출금액과 대출 연체금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4월과 7월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 기록했다.
지난 8월 20대의 1인당 총 대출금액은 728만원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극심했던 지난 3월(약 614만원) 대비 약 19%나 증가했다. 또한 20대의 1인당 대출 연체금 11만원으로 지난 3월 대비 약 1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준비생(취준생) 김모(29)씨는 “보증금 마련을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대출 이자와 생활비 그리고 취업 준비에 필요한 비용을 고정적인 수입 없이는 절대 감당할 수 없다"며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로 어느 정도 해결해오던 생활비마저 요즘은 아르바이트가 쪼개기로 이뤄지고 있어서 감당하기 벅차다"고 하소연했다.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대 부채 규모는 5년간 증가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여파로 고정적 수입이 없는 미취업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부채 규모 증가율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하반기 취업시장도 '흐림'... "20대 위한 저금리 융자상품 필요"
의료산업 분야 취업을 4년째 준비해온 권모(29)씨는 “부모님한테 용돈 받을 나이도 지났는데, 취업은 어렵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으니까 일부 생활비는 신용카드로 해결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틈틈이 사무실 이사를 보조하는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뛰곤 한다. 하지만 학원비 마련은커녕 한 번 갔다 오면 육체적으로 피곤해서 그날 취업 준비는 공친다. 악순환이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하반기도 채용시장 전망이 흐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채용규모가 축소되면 취준생들의 구직기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120곳)의 절반은 신규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반기에 신규채용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도 24.2%에 달했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코로나19로 20대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출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지고 대출 연체율은 늘어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정부가 20대를 위한 저금리 융자상품을 만드는 등 20대의 현금 유동성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