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똑같은 사람, 연극으로 보여드릴게요"

뇌병변장애 지닌 배우 하지성·조우리
17일 개막 연극 '틴에이지 딕' 주연 맡아
캐릭터 표현 고민하며 작품에 몰입
"우리의 활동으로 장애 편견 바뀌길"
  • 등록 2022-11-10 오전 6:30:00

    수정 2022-11-10 오전 6: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다른 사람처럼 욕망과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이번 연극으로 보여주고 싶어요.”(하지성)

뇌병변장애를 지닌 2명의 배우가 국립극장이 제작하는 무장애(배리어프리, Barrier-free)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배우 하지성(31), 조우리(39)가 그 주인공이다. 두 배우는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틴에지이 딕’에서 주인공 리처드 글로스터, 바바라 벅 버킹엄 역을 각각 맡았다.

국립극장 연극 ‘틴에이지 딕’ 연습 장면. 주인공 리처드 글로스터 역의 배우 하지성(오른쪽), 바바라 벅 버킹엄 역의 배우 조우리가 작품 속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최근 이들이 한창 연습 중인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실을 찾았다. 연습 현장은 여느 연극과 다르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리처드가 극중 ‘퀸카’ 앤과 함께 춤추는 장면에서 하지성은 쉼 없이 동선을 체크하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반복되는 연습으로 완벽에 가까운 춤을 보여주자 함께 있던 배우, 스태프들이 박수로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하지성, 조우리는 장애가 있지만 연기 경력이 꽤 굵은 배우들이다. 하지성은 2010년 장애인 극단 애인의 창단 공연 ‘고도를 기다리며’를 시작으로 ‘인정투쟁’ ‘천만 개의 도시’ ‘여기, 한때, 가가’ 등의 연극에 출연했다. 2012년 제8회 나눔연극제에서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로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조우리는 2015년부터 배우와 작가·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인문화나눔 노리터 대표로 장애인식 개선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연습실에서 만난 두 배우는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사람과의 소통을 꼽았다. 하지성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감정을 느끼고 싶어 배우를 꿈꾸게 됐다”고 털어놨다. 조우리는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글을 공연으로 하면서 배우 활동도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배우에게 연기를 하면서 힘든 점을 묻었다. 돌아온 대답 또한 지극히 배우다웠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어려워요. 배우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맡은 인물을 최대한 잘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 안의 섬세한 부분을 찾아내는 거니까요.”(하지성)

“저는 몸을 사용하는 게 힘들다 보니 연기에서도 표현 방법을 많이 고민하게 돼요. 어떻게 하면 다른 표현으로 인물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해요.”(조우리)

연극 ‘틴에이지 딕’에서 리처드 글로스터, 바라바 벅 버킹엄 역을 각각 맡은 배우 하지성(왼쪽), 조우리. (사진=국립극장)
‘틴에이지 딕’은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마이크 루의 작품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뇌성마비 학생 이야기로 각색했다. 장애인 배우가 출연하는 것은 마이크 루 작가의 의도다. 마이크 루 작가는 작품 서두에 “리처드와 벅 역에는 장애인 배우를 캐스팅해야 한다. 장애인들은 존재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장애인을 선한 인물로 묘사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작품은 ‘악인’에 가까운 리처드를 통해 기형적인 신체에서 비롯된 열등감을 권력욕으로 채우려는 한 인간의 악행과 파멸을 다룬다. 10대가 주인공이지만 임신과 낙태 등 파격적인 소재도 등장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욕망과 욕구가 있다는 것이 작품의 메시지다. 조우리는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것이 아닌,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한 사람이 되자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 배우가 활동하는 모습이 무대에서 계속 보여야 장애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인식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하지성)

“장애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을 거예요. 오히려 사회가 변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이들이 우리 연극을 보러 와주면 좋겠습니다.”(조우리)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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