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대형 화장품주가 중국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며 1년 새 주가가 반 토막 났다. 기대했던 엔데믹 효과는 미미했고 반등 시점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일부 종목들에 대해 사실상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가운데 저점 매수를 노리는 개인 수급만 유지되는 모양새다.
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형 화장품주인
LG생활건강(051900)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66% 오른 30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30만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20만원대로 전락할 위기였으나 반등 마감했다. 한숨 돌리긴 했지만 LG생활건강의 주가는 1년 전 77만원대에서 60% 넘게 하락한 상태다. 2년 반 전인 2021년 6월 당시 178만40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80% 이상 빠졌다. 5분의 1토막이 났다는 의미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날 1%대 오르며 11만9600원에 마감했는데 1년 전 대비 23%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 52주 저점을 기록한 후 그나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위안거리다.
대형 화장품주가 부진을 이어가는 이유로는 중국발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것과 반등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손꼽힌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3.3% 줄어든 1조5672억원, 영업익은 57.6% 준 547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을 하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연결 매출액은 14.9% 줄어든 9260억원, 영업이익은 63.7% 감소한 207억원으로 역시 컨센서스(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의 어닝 쇼크에 외국인 수급은 계속 빠져나가는 중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지난 22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총 272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324억원어치 사들였다. 주가 하락에 따른 저점 매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화장품 산업이 중소형 종목으로 재구성될 것이란 진단과 함께 대형 화장품 기업에 보수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주가 하락이 컸던 LG생활건강에 대해 주요 증권사들은 중국 시장의 수요회복이 더딘 점을 우려하며 투자의견을 ‘중립’(NH 하나 한투)으로 제시하거나 목표가를 하향(KB 메리츠 신한 현대차) 조정했다.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 ‘중립’은 시장에서 사실상 ‘매도’라고 해석한다.
일각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것은 사실인 만큼 저점 통과 여부를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LG생활건강의 사업 구조상 유의미한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 경기 회복이 필연적이겠으나 분기 실적으로도, 투자 심리도 저점은 통과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