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졸업한 안모(여·23세)씨는 요새 집에만 있다. 일어나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토익 인강을 보는 게 일과의 전부다. 가끔 취업 사이트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이력서’를 낸 적은 없다. 안씨가 원하는 공고가 없어서다.
안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하는 회사 채용공고가 뜨지 않는다”며 “캄캄한 상황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구직 의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취업은 포기하고 내년에 구직활동을 시작할까 한다”며 “지금은 쉬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취업 시장 한파에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이 극심해지며 아예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구직단념자란 일 할 능력과 의사가 있어도 고용시장 문제로 지난 4주간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사람 중 1년 내 구직경험이 있던 사람을 말한다.
사상 최다 구직단념자 중 절반이 청년세대
지난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68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절반이 넘는 52.6%가 2030세대였다.
이들이 구직을 단념한 이유로는 △원하는 임금수준 및 근로조건이 맞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119만 명) △이전에 찾아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93만명) △교육·기술·경험 부족해서(81만 명) 등을 꼽았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20대 등 청년층의 경우 대면서비스 업종 취업이 많다"며 “청년들이 많이 일하는 숙박·음식업종의 일자리가 감소해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구직활동을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청년 구직단념 현상 언제까지?
침체한 고용시장의 회복은 당분간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년 구직단념자의 숫자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4곳 중 3곳은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한 명도 뽑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대기업마저도 작년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작년 수준에서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취업을 준비중인 김모(여·24세)씨 역시 "밥 먹고 유튜브 보기가 하루 동안 하는 일"이라며 "예전에 벌어 놓은 돈과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소개서를 미리 써 놓아도 입사 지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공채가 작년보다 훨씬 안 뜬다. 워낙 일자리가 없어 취업 의욕이 안생긴다"고 말했다.
"잠시 쉬어가며 정신건강 유지해야"
전문가는 ‘포기’를 선택하는 청년들이 너무 낙담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자신이 '포기'했다고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며 "대책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는 계속 실패를 경험하며 지치는 상태를 반복하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며 훗날을 기다리는 게 정신건강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나기가 내릴 때 비를 잠깐 피해야 하는 것처럼 힘들 때는 잠시 쉬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박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