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투자자 속을 태우던 유통주가 저PBR 테마에 올라타면서 봄날을 맞았다. 실적 부진 등으로 지난달 중순 저점을 찍은 후 급등 흐름이다. 짐을 싸던 외국인 수급도 다시 유입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그간의 주가하락으로 투자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금융 당국이 준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강도를 예단하기 힘든 만큼 목표가 상향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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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유통 대장주인
이마트(139480)는 이날 8만7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2일 이후 11일 거래일간 29.31% 오르며 어느덧 9만원대 회복을 노리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12일 9만원대가 무너진 후 약세 흐름이 지속되다 지난달 19일 6만7200원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023530) 역시 26.60% 오른 8만7100원까지 상승하며 9만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통주가 크게 튀어 오른 것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이달 말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덕이다. 유통주는 대부분이 PBR 1배 미만이며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은 0.3배 수준으로 매우 낮다. PBR은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주가가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1배 미만은 회사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의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PBR이 주목을 받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일찌감치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주워담았다. 외국인은 22일 이후 이마트를 520억원, 롯데쇼핑을 21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은 22일 이후 롯데쇼핑을 11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시장에서는 유통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오르긴 했으나 최고점 대비 반의반 토막 난 만큼 더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주가 급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수혜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려울뿐더러 부진한 실적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주요 증권사들은 업황 개선이 뒷받침되거나 소외된 종목에 대한 비중확대가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목표가 상향은 주저하는 눈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각 유통사의 실제적인 수혜 여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며 단기 주가 급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업황 개선이 확실히 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인플레이션 시기에 진입하면서 소비자의 소비 여력 개선이 기대되는데다 자본 가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지속한다면 유통주에 봄이 올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