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4대은행의 재무건전도 등급(BSFR)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한 것.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제한된 조정 움직임을 나타내던 시장은 국채선물 가격 하락폭을 한 때 30틱 가까이 늘렸다.
무디스가 등급 전망을 내린 이유로 "글로벌 신용위기와 부진한 국내 경기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의 신용가치가 하락할 수 있으며, 현재 등급 범위에서는 추가적인 압력을 커버하기 위한 완충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제시했다.
무디스는 또 "이로 인해 은행들의 재정적인 펀더멘털에 결과적으로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과 내수경기 부진에 대한 국내 은행권 전체의 대응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이번에 등급전망이 조정된 4개 은행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만은 아니다.
당장 시중은행들의 외화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책은행이 시중은행에 제공했던 단기 외화자금을 회수해 10월 달러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보유고는 사상 최장기간인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며 2396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게다가 내수 경기의 가장 큰 위험요인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로 지난달(5.6%)보다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모습을 나타냈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 상승률은 10년만에 최고치인 전년비 5.1%을 기록했다. 전월비 기준으로는 0.5% 상승했다.
이런 점들은 우리 경제가 일종의 시스템적인 위기를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용과 실물 부문의 매커니즘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내리는 통화완화 정책만으로 경기 둔화세가 완충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시스템의 위기는 시스템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단은 리스크 관리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것은 통화정책이나, 시장참여자들에게나 모두에게 공통된 화두일 것이다.
(이 기사는 2일 오전 8시11분에 이데일리 유료 서비스인 `마켓 프리미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