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디지털 마켓(시장)이 중요하다. 종래에는 디지털 마켓은 재화와 서비스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유통되는 시장을 말한다고 해석했다. 중앙형 플랫폼 사업자의 중개를 통해 오프라인의 재화와 서비스의 원활한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모델을 상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근간으로 탈(脫)중앙형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디지털 마켓의 주도자에 대한 종전의 견해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 중앙형 공급자가 없이도 서비스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그 생태계 위에서 다시 재화와 용역의 공급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탈중앙형 생태계의 도래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고 있다. 필자는 이제 새로운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나날이 등장해 앞으로 오래 지나지 않아 블록체인 경제도 국경 없는 디지털 경제의 주요한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플랫폼을 지배하기 위해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모바일 커머스가 출현한 2007년부터 구글 트렌즈(Google Trends)에서 ‘플랫폼’이란 단어의 검색이 급증했다는 점은 플랫폼은 모바일 시대의 키워드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인터넷 혁명을 주도하는 4인방(Gang of Four)이 마이크로소프트·인텔·시스코·델에서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로 변화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이들이 정보통신(IT)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이들 중앙형 기업들과 다른 분산형 플랫폼 구축을 위한 최적의 기술이다.
우리 정부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게 각종 규제를 부과해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만이 오히려 규제장벽의 덕을 보고 있다. 그 결과 강화된 규제로 인해 스타트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장벽을 이겨내고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각 분야별 대형·소형 플랫폼 회사들이 스타트업으로부터 시작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플랫폼 사업자 우대 정책을 정부가 확립해야 하며 국회도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개폐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기존의 규제장벽을 그대로 적용받게 된다면 어떻게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 산업을 진흥하려면 기존 인터넷 서비스에 부과되는 각종 규제를 면제해야 한다. 이 정도 국민적 결단이 없다면 네이버, 다음 이외에 혁신적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 인터넷 서비스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