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너도나도 해볼까'…비례당 전성시대

4·15총선서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도입 발단
통합당 선거제 대응위해 자매정당 미래한국당 출범
"통합당에 제1당 뺏길까"…발등의 불 떨어진 민주당
"민주당, 비례당 창당시 범여권 ·지지자 등 돌릴 수도"
  • 등록 2020-03-02 오전 6:00:00

    수정 2020-03-17 오후 1:33:10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비례대표 전용 정당(비례당)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 이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창당을 검토하면서 4·15총선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너도나도 비례당 창당에 우후죽순 나서면서 한마디로 ‘비례당 전성시대’다. 여야 거대정당이 희박한 정치적 명분에도 비례당 창당에 나선 것은 총선 승리라는 실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월 총선에서 비례의석 확보 여부에 따라 원내 제1당 등극은 물론 총선 이후 향후 정국 주도권 장악 여부가 엇갈리게 된다.

지난 5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한선교 의원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한국당 출범하자 ‘꼼수·쓰레기 정당’ 등 범여권 비난 일색


발단은 선거제도 개편이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전용 자매(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출범해 대응키로 했다. 지난 5일 미래한국당이 출범하자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꼼수·가짜·쓰레기 정당’ 등의 각종 비난을 쏟아냈다. 통합당이 범여권의 비난에도 미래한국당을 출범한 이유는 간단하다. 총선에서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다른 정당보다 비례대표 의석 수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 수를 나눈 뒤 지역구 당선 의석 수를 뺀 의석 수에 50%의 연동률을 적용한다. 다만 연동형 캡(Cap)에 따라 최대 30석 내에서 1차(연동형)로 정당별 비례대표를 배분한다. 1차로 비례대표를 배분한 뒤 남은 17석은 정당별 득표율을 적용해 2차(병립형)로 나눈다.

미래한국당은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만큼 비례대표 배분 때 통합당의 정당 득표율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다. 현행 선거법상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으면 기호가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통합당 지지층 대부분은 혼동 없이 미래한국당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비례후보 기호에서 통합당이 없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미래한국당이 통합당의 비례당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는 얘기다.

최병천 전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은 최근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정당별 지역 판세 등에 근거해 총선 결과를 예측했다. 정당 득표율은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민주당 40%,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40%, 정의당 15%, 민생당 5%의 지지율(민주당, 미래통합당 지역구 125석씩, 정의당 2석, 민생당 1석)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25석, 비례대표 7석(병립형 17석X40%인 6.8석)을 합쳐 132석으로 예상됐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125석과 미래한국당이 차지한 비례대표 27석(연동형 20석+병립형 7석)을 합쳐 152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비례당 창당 시 범여권과 격전지 연대 흔들릴 수도

민주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최근 ‘민주당만 빼고’ 칼럼 고발과 대구·경북 봉쇄 논란 등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당에게 제 1당의 자리를 내주게 되면 민주당이 여태까지 추진해왔던 검찰 개혁 등 각종 개혁과 정책들은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그간 민주당은 사실상 4+1협의체와 공조한 과반수 이상의 의석수라는 물리적인 힘으로 개혁 정책들을 밀어 붙어왔다. 또 문재인 정권 재창출은커녕 문 대통령이 탄핵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 앞서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총선에 이기면 문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절대 불가’라고 선을 그었던 민주당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창당을 막을 수 없다’며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고 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민주당이 비난을 퍼부었던 비례당 창당으로 무게가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등 당내 실세들이 지난 27일 비밀회동을 갖고 비례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다음 날 민주당 회의에서 ‘비례당 창당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비례당 창당에 나설 경우 민생·정의당 등 범여권과 수도권 격전지에서 연대가 흔들릴 수도 있다. 범여권은 민주당의 비례당 창당에 대해 ‘전형적인 공작정치로 충격적이라며 공식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든 통합당보다 더 나쁘고 비열하다’고 맹비난했다.

이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도덕성 문제 등을 고려해 비례당 창당 대신 친문(親文)·친여(親與) 성향의 비례당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친문·친여 성향의 인물이나 시민단체들의 비례당 창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비례당 열린우리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도 비례당 창당을 검토 중이다. 주권자전국회의 등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은 비례당 창당 뒤 민주당과 연대도 고려하고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민주당에게 비례당 창당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며 “비례당 창당을 강행하게 되면 민생·정의당 등 범여권뿐 아니라 지지자들도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뿐 아니라 대선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도부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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