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새' 말꼬리 잡기 아닌 대화 필요할 때[기자수첩]

  • 등록 2024-02-21 오전 5:50:00

    수정 2024-02-21 오전 5:50: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느닷없이 ‘의새’ 논란이 번지고 있다. 지난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사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다”고 말했는데 ‘의사’가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인 ‘의새’로 들렸다는 것이다. 통상 특정 직업 뒤에 붙는 ‘-새’는 비하 표현으로 여겨진다.

발언이 나오자 의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우리를 의사가 아닌 의새라고 생각하나 보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한 의사는 박 차관을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까지 했다. 이에 박 차관은 “그 단어(의 의미)는 처음 알았다”며 실수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최근 박 차관은 2000명 추가 충원 근거인 보건사회연구원과 KDI, 서울대 자료를 토대로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남성 의사,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의 차이 이런 것까지 과정에 다 집어넣어서 분석했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모델을 가지고 추정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앞뒤 문맥이 사라진 뒤 의료인력 부족이 근로 시간이 적은 여성 의사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오해를 사며 남녀차별 논란까지 제기됐다.

박 차관의 잇따른 말실수일까. 이는 정치권에서 많이 사용된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물타기와 비슷하다. 진의를 외면한 말꼬리 잡기는 사태의 본질을 흐린다. 그리고 보는 이들의 피로감만 높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부와 의사단체들은 대화로 풀어가자고 서로 손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손을 내미는 방향이 다르다. 정부는 증원 계획 조정 없는 필수의료 등의 보완책을, 의협은 증원 계획 전면 철회 후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간극을 좁히지 않는 한 의료대란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 양측의 싸움에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이젠 말꼬리 잡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으로 나와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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