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사실 유명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창기부터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 중앙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특별대응단장을 맡으며 매주 1회 이상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로나19 브리핑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재유행하며 국민적 불안감이 커질 때도 카메라 앞에 등장해 ‘친절한’ 의사선생님으로서 국민을 토닥였다. 때론 단호한 목소리로 선급하게 마스크를 전면 해제해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비급여 관리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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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가 이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엄마 뱃속 아이부터 목숨이 경각에 달린 고령 환자까지 총괄하는 국민건강 지킴이로 활약하고 있다. 이달로 취임 15개월째를 맞은 그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초고령화다. 지난 7월 대한민국의 65세 인구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내년에는 공식적으로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명 중 1명이 되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
정 이사장은 “전체 국민 의료비가 한 해에 100조원 정도 사용된다고 한다면 65세 이상 노인 의료비가 40조원 정도”라고 말했다. 초고령화로 2030년에는 이 비용이 2배가 넘는 9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 이사장은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것만으로도 노인인구를 줄일 수 있다”며 “젊고 건강한 노인이 많아진 만큼 노인 의미를 바꾸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 기준은 평균 71.6세로, 2020년 70.5세 대비 1.1세 상승했다. 전체 노인의 79.1%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법적 기준은 65세 이상이지만, 건강한 신(新)노년층이 늘며 60대를 노인으로 보는 이들이 차츰 줄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연령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이사장은 “공단도 노인들이 건강한 상태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건강증진 사업을 앞으로 조금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살아온 집에서 노후를 보내다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in-place)’ 시스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요양병원이나,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 자체가 노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그는 사회복지사 또는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방문해 노인을 케어하면 노인 관련 시설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봤다. 또 노인 주치의제도도 제안했다. 정 이사장은 “아플 때 치료하는 건 지금도 다 되지만, 더 중요한 건 예방”이라며 “고혈압, 당뇨병처럼 그 외 노인질환들도 주치의에게 관리 받게 한다면 이들의 건강관리나 치료가 더 원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건강관리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출퇴근엔 관용차 대신 ‘걷기’로 대체했다. 20층 집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평소에도 웬만한 약속장소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생활이다. 그는 “공단에서 진행하는 ‘100세운동교실’의 예산을 내년부터 2배로 늘릴 계획”이라며 “노인들이 뛰고 즐기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